국토부가 내놓은 진단
집을 사기 위해 주식과 채권을 파는 사람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 구입자금에서 금융자산 매각 대금 비중이 커진 현상을 두고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결과"라고 설명했는데요. 투기 자금이 밀려든 게 아니라 자금 조달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근거로 내세운 건 갭투자 급감입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갭투자 비중은 지난해 10월 37.9%에서 올해 8월 6.1%로 떨어졌고, 지방도 10.9%에서 7.5%로 낮아졌죠. 전세보증금 비중 역시 서울이 14.8%에서 6.5%로, 지방이 10.9%에서 7.5%로 줄었습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구조가 힘들어지자 그 빈자리를 금융자산 매각이 메웠다는 해석입니다.
숫자를 들여다보면
다만 규모를 뜯어보면 그림이 조금 달라집니다. 올해 1~9월 전국 주택 매입에 쓰인 주식·채권·암호화폐 매각 대금은 9조3,273억원으로, 전체 주택 구입자금의 6.2% 수준입니다. 서울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7.9%로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문제는 흐름입니다. 신고된 금융자산 매각대금은 7월 1조725억원에서 8월 6,261억원, 9월 4,409억원으로 두 달 만에 58.9% 줄었습니다. 거래 건수도 4,939건에서 2,202건으로 55.4% 감소했죠. 코스피가 6월 고점을 찍고 급락한 시기와 정확히 겹칩니다.
지역 쏠림도 뚜렷합니다. 9월 서울 전체 신고액 3,653억원 가운데 44.1%인 1,612억원이 강남 3구에 몰렸습니다. 30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금융자산 매각 비중은 7월 20.93%에서 9월 18.78%로 20%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남은 숙제는 공급과 수요 관리
정부의 다음 수순은 명확합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수요 관리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인데요. 규제와 금융 양쪽에서 과열을 막되, 과도한 차입에 기댄 거래는 억제하고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의 구입 자금 지원은 이어가겠다는 겁니다.
관건은 이 변화가 정말 실수요의 흔적인지, 아니면 자산시장 상황에 따라 출렁이는 일시적 현상인지입니다. 증시가 흔들리자 두 달 만에 자금이 반토막 난 걸 보면, 금융자산 활용은 생각보다 시장 여건에 민감합니다. '구조적 재편'이라는 표현이 숫자로 확인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