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발표와 엇갈린 전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평화 로드맵을 자신 있게 내놓았는데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발표 이틀 만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데이르알발라의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인근을 공습해 의약품 창고가 파괴되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공습으로 병원 내 의약품 보관소 두 곳이 잔해 속으로 사라졌고, 인근 난민촌 텐트까지 불타는 등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사이에는 뚜렷한 괴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무기 저장고를 겨냥한 정밀 타격이라고 설명했으나, 병원 측은 필수 의료 물품 보관소였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무니르 알부르시 가자 보건당국 사무총장은 질병과 의약품을 전쟁 도구로 이용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철군과 무장해제, 선후 관계를 둘러싼 대립
평화 협상의 핵심 쟁점은 무장해제와 철군 중 무엇을 먼저 실행할 것인지입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먼저 철수하고 국제안정화군이 배치돼야 무기를 넘기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완전히 비무장화될 때까지 군을 빼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15개 항목의 로드맵은 조건부 합의라는 성격이 짙습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아예 합의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놓으며 하마스 지도자 암살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측 내부에서는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대표가 카이로에서 만나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며 단일 대응 전선을 다졌습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미국의 합의안을 환영한다면서도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협상의 시간과 현장의 고통
현재 가자지구에서의 인명 피해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팔레스타인인 152명이 공습으로 숨졌는데, 이는 올해 월간 기준 가장 많은 사망자 수입니다. 평화 논의가 이어지는 사이에도 폭발음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마크 파이플 전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번 병원 공습이 네타냐후 총리가 아직 합의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군사 노선이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의 전투 중단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평화가 언제 현장에 안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협상 테이블의 담론과 폭격 잔해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좁혀질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