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에서 확인한 K-바이오 열기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 2026에서 K-바이오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130여 개 국내 기업이 참가하고 1,200명 이상이 한국관을 찾았는데요. 특히 처음 마련된 '코리아 라이징' 세션은 글로벌 제약사 인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조슈아 베를린 바이오센추리 총괄은 한국이 아시아 혁신의 중심이 되었다고 평가할 정도였죠.
이런 주목은 최근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이나 보안 우려가 커지면서 나타난 반사이익도 한몫했습니다. 올리고핵산 분야 글로벌 상위권 CDMO인 에스티팜은 중국 대안을 찾는 신규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는데, 실제 문의의 약 20%가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바이오가 신뢰받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겁니다.
좋은 기술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개별 기업들의 활약도 두드러졌습니다. 셀트리온은 180건이 넘는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며 역대 최다 파트너링 성과를 거뒀습니다. ADC와 다중항체, AI 기반 신약 개발 역량을 선보이며 차세대 성장 동력을 제시했는데요. 단순히 기술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구체적인 공동개발 기회를 모색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분명했습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번 행사에서 국내 바이오벤처의 글로벌 진출 플랫폼 역할을 자처했는데요. 김학준 산학협력단장은 좋은 기술만으로는 세계 시장 문을 열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작은 벤처가 혼자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병원이 브랜드를 내걸어 미국 현지 임상과 투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고려대의료원은 의과대학과 병원,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를 연결하는 원스톱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발굴부터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프리시드 단계 기업들이 데스밸리를 넘어 시리즈 A, B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직접 펀드 조성도 준비 중입니다.
기술수출을 넘어선 새로운 수익 모델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는 한국 바이오가 기술수출 중심에서 벗어나, 로열티 기반 수익 모델과 공동개발 구조를 만들어야 진정한 글로벌 바이오텍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술을 한 번에 판매하는 대신 지속적인 수익을 공유하는 생태계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 정비도 필요합니다. 고려대의료원 측은 여러 부처에 흩어진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이 작은 벤처들에게는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는데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해외 임상 및 투자 연결을 전략적으로 강화한다면, K-바이오의 세계적 도약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