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뒤집은 임용취소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의 이른바 '아빠 찬스' 채용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다시 한번 임용취소 처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지난 9월 10일, 박찬진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의 딸 박모 씨가 낸 임용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는데요. 재판부는 채용 과정에 이례적인 사무처리가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실제 부정 채용으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박 씨는 2022년 전남선관위 경력 공채를 통해 9급으로 임용됐고, 2024년에는 7급으로 승진했습니다. 이후 선관위는 지난해 4월 박 씨에 대한 임용취소 처분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박 씨가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논란의 출발점
이번 사안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감사원은 전남선관위 채용 과정에서 면접위원들이 평정란을 비워둔 채 서명만 했고, 사무직원이 그 순위에 따라 임의로 평점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합격자가 결정됐다고 봤습니다. 만 35세 이상 지원자들의 나이를 별도로 표시한 현황표를 면접위원에게 배부한 정황도 지적됐죠.
선관위는 박 전 사무총장이 당시 인사와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딸의 전입 승인을 직접 결재했다는 점을 들어 임용취소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원서 접수 기간이 연장된 점도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증거 부족과 잇따른 판결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감사원 보고서만으로는 박 씨의 합격이 부정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박 전 사무총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부정행위를 지시했다는 증거도 없다는 겁니다. 임의로 작성된 평정표가 실제 면접 결과와 달랐는지조차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원서 접수 기간 연장 역시 박 씨가 연장 전인 공고 기간 안에 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취소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불명확한 의혹만으로 특정인의 임용을 취소할 만큼 공익상 필요가 강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이번 판결은 앞서 6월 대구선관위 전 직원 사건과 7월 선관위 상임위원 자녀 사건에서 임용취소가 위법하다고 본 흐름과 궤를 같이합니다. 법원이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면서, 공공기관의 인사 처분에도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기준을 거듭 확인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