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계의 거목, 그가 떠났다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 윤석화가 12월 19일 오전 10시께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69세. 2022년 뇌종양 수술 후 투병해 온 그는 유족과 측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윤석화는 1983년 '신의 아그네스'로 스타덤에 오르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세자매', '덕혜옹주' 등 수많은 작품에서 깊이 있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초대 주연을 맡아 한국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도 잊을 수 없는 업적입니다. 배우 활동 외에도 연출가, 설치극장 '정미소' 대표, 월간 '객석' 발행인,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등 다양한 역할을 통해 연극계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그는 무대 위에서 가장 뜨거웠고, 무대 뒤에서는 따뜻한 선배이자 동료였습니다.
문화훈장 추서, 동료들의 슬픔
문화체육관광부는 윤석화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 중입니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금관·은관·보관·옥관·화관의 5등급으로 나뉩니다. 문체부는 그의 공적을 면밀히 심사해 등급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최휘영 장관은 "한국 연극계의 큰 기둥이자 무대 위에서 가장 뜨거웠던 분"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손숙, 박정자, 고두심, 이문세 등 수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손진책 연출가는 "햄릿 연습 중 피곤함을 호소했는데 그게 병의 시작인 줄 몰랐다"며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김성녀 배우는 "하늘에서 좋은 작품 많이 하길" 바랐고, 손숙은 "70살에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었다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남경주 배우는 1980년대 윤석화가 자신을 위해 미국에서 탭댄스 슈즈를 구해다 준 일화를 회상하며 "후배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남달랐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투병 중에도 무대를 향한 열정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2년 '햄릿' 공연을 끝으로 치료에 집중했지만, 손숙의 60주년 기념 공연 '토카타'에 출연하는 등 마지막까지 배우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병상에서도 "같이 작품을 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났습니다.
영원히 기억될 예술혼
윤석화의 발인은 21일 오전 9시에 진행됩니다. 이후 한예극장에서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주관으로 노제가 열립니다. 유해는 경기도 용인공원 아너스톤에 안치될 예정입니다.
그는 연극인 복지 확대에도 앞장섰습니다. 월간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후배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서 예술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길해연 이사장은 "예술인 복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먼저 인식하고 실천한 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윤석화가 남긴 발자취는 한국 연극계에 영원한 빛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의 삶과 예술을 기리는 추모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