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에 들어온 AI 안경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은 반입 금지 물품이 됐습니다. 가방에 넣어 두기만 해도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시험 중 착용하면 다음 연도 응시 자격까지 정지됩니다. 감독관의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같은 처벌이 적용됩니다.
이번 조치는 실제 적발 사례에서 나왔습니다. 서울시립대와 연세대 수시 논술시험에서는 일반 안경을 쓰다 시험 직후 스마트 안경으로 바꿔 답을 확인한 수험생이 나왔습니다. 서울시립대는 3년간 응시를 제한했지만 연세대는 제재 수준을 정하지 못해 대학별 기준이 제각각입니다. 토익에서도 두 차례 적발돼 4년 응시 자격이 박탈됐습니다.
문제는 단속 방식입니다. 수능 시험장에는 전파탐지기가 없어 감독관의 육안 확인에만 의존합니다. 한국어능력시험이 이미 1월부터 전파탐지기를 보급한 것과 대비되는데요. 교육부는 고사장 환경 차이를 이유로 올해 적용이 어렵다고 밝혔고, 국정감사에서는 김문수 의원이 직접 스마트 안경을 쓰고 답이 보이는 장면을 시연했습니다.
경기도민 90%가 꼽은 위험
경기연구원이 8월 경기도민 600명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합니다. 응답자 89.5%가 본인도 모르게 촬영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고, 위험 인식 평균 4.20점이 편익 평균 4.02점을 앞섰습니다. 기대보다 불안이 크다는 뜻입니다.
기능별 기대는 외국어 실시간 번역이 85.2%로 가장 높았고 길 안내가 82.2%로 뒤를 이었습니다. 장애인·고령자 지원은 70.5%, 재난·응급 대응은 68.7%에 그쳤습니다. 시험 부정행위를 심각하게 본 비율은 92.2%였고, 성적 무효와 촬영 기능 탐지 같은 강한 제재에는 90% 이상이 동의했습니다.
촬영 기능을 직접 쓰겠다는 응답은 56.2%였지만,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서 촬영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답은 26.8%에 머물렀습니다.
신호등 규칙이라는 대안
연구진은 공간 민감도를 3단계로 나누는 신호등 규칙을 제안했습니다. 시험장처럼 민감한 곳은 금지하되 장애·의료 보조기기는 예외로 허용하자는 겁니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은 AI 안경이 누군가에게는 눈과 귀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감시 카메라가 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현장 부담도 남아 있습니다. 중등교사노동조합은 감독관에게 민원과 법적 분쟁 책임이 몰린다며 인력 확보와 보상을 요구합니다. 교육부는 4년제 대학에 식별 요령을 담은 유의사항을 배포했지만 전문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