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금리가 흔든 시장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하루 앞둔 16일 국내 증시는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했습니다. 시장을 짓누른 건 국제유가와 미국 장기금리였는데요. 예멘 후티 반군의 공습으로 사우디 동서 송유관 가동이 멈추고 홍해 얀부 터미널 선적이 중단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75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5.83달러까지 뛰었습니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졌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041%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S&P500과 나스닥, 다우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배경입니다.
갈린 코스피와 코스닥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24% 내린 6611.24로 출발한 뒤 장중 6680선까지 올랐다가 상승분을 반납하며 6600선 안팎에서 움직였습니다. 수급은 엇갈렸는데요. 외국인은 6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1조3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반면, 기관은 1조1000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받쳤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5만 원, 169만 원대에서 강세를 보이며 하방을 지지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 인상 기대에 올랐고, 현대차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에너빌리티는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반대로 코스닥은 1.21% 내린 802선까지 밀렸습니다. 알테오젠과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성장주가 동반 하락하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70원을 넘어서며 2주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FOMC 이후가 분수령
관심은 17일 새벽으로 예정된 FOMC 결과에 쏠립니다. CME 페드워치에서는 12월 회의까지 두 차례 금리 인상 확률이 49.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CNBC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55%가 1년 안에 두 차례 이상 인상을 예상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긴축 우려가 확인되지 않으면 조정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나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축소나 메모리 수요 둔화 신호가 아직 없다며 이달 말 마이크론과 10월 말 빅테크 실적을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진단했고요. 브로드컴 CEO가 AI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고 밝힌 점은 하방을 지지하는 재료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