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기회가 모두 놓쳐진 아이
천안의 한 교회에서 11살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적장애를 가졌던 이 아이는 6살부터 4차례에 걸쳐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었음에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는데요. 오히려 사망 직전 경찰에 직접 도움을 요청했으나 다시 교회로 돌려보내진 비극이 이어졌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는 침대에 묶여 있었고 몸에는 학대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외할머니와 교회 목사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되었는데, 이들은 미성년 친모가 가출한 뒤 사실상 아이를 맡아 양육해왔습니다. 인근 상인들은 아이가 추운 날 얇은 옷을 입고 동상에 걸린 채 돌아다녔으며, 자주 맞았다고 호소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사라진 복지와 교육의 안전망
이 아이의 비극은 복지와 교육 제도의 사각지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아이는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음에도 법정대리인이 없다는 이유로 복지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복지 신청주의'의 맹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부분인데요. 행정 기관은 당사자 측의 신청이 없었다며 책임을 넘겼지만, 미성년자이자 지적장애 아동이 스스로 제도를 챙기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교육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었으나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로 전학하면서 지원이 끊겼습니다. 이후 보호자의 요청으로 취학 의무가 면제되면서 2025년 3월부터 공교육 체계에서 완전히 이탈했는데요. 학교의 보호망까지 사라진 아이는 교회 안에서 최대 38시간 동안 결박되는 등 끔찍한 학대를 겪어야 했습니다.
정부, 사각지대 메우기 나섰지만
사건 발생 후 정부는 긴급하게 움직였습니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제1차관을 중심으로 보건복지부, 교육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회의가 13일 천안시청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위기아동 보호 체계의 미비점을 점검하고, 사법 절차상 접근금지 신청 기각 같은 한계를 개선하는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특히 취학 의무 면제 아동에 대한 관리 체계와 유관기관 간 정보 공유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현 차관은 고위험군 아동이 보호 안전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5년 동안 반복된 신고에도 아이를 구하지 못했던 현실 앞에서, 이번 회의가 또 다른 반복적인 대응에 그치지 않을지 우려도 나옵니다. 천안시는 재발 방지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일이 얼마나 실제 아동의 목소리에 닿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