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원대 문항 거래, 1심은 무죄
수능 수학 일타강사 현우진 씨가 현직 교사들과 문항을 거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 약 3년 만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현 씨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EBS 교재 집필진이나 모의고사 출제위원을 지낸 현직 교사 3명에게 수학 문항을 제공받는 대가로 총 4억여 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았는데요. 이 사건은 2023년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 혁파를 범정부 과제로 추진하며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이던 과정에서 표면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현 씨와 교사들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취지였는데요.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의 거래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가 본 '정당한 사적 거래'
재판부는 현 씨가 교사들에게 지급한 금액이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문항 매매 계약에 따른 정당한 대가라고 봤습니다. 특히 현 씨가 전문 업체나 일반인에게 지급한 문항당 금액과 교사들에게 지급한 금액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었다는 점을 중요한 근거로 들었습니다. 모의고사 문항은 개당 약 24만 원, 일반 교재 문항은 개당 13만 원 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졌는데, 이는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또한 해당 교사들이 제공한 문항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시험에 출제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고려되었습니다. 현 씨는 문항을 검토한 뒤 실제 교재에 채택된 경우에만 대가를 지급했고, 이 과정에서 특정한 현직 프리미엄이 작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상 예외로 규정한 '사적 거래에 따른 정당한 권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향후 파장은?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원칙을 명확히 했습니다. 부적절한 면이 있더라도 모든 행위를 형사처벌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되며, 도덕과 윤리의 영역은 별도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교사들이 겸직 허가 없이 문항을 판매한 부분은 별도 법령 문제일 뿐, 이것이 곧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도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이 공교육 현장의 문항 유출 관행을 정당화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현 씨의 무죄는 형사법적 판단의 결과일 뿐, 공직자로서의 윤리적 책임까지 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유사 혐의를 받는 다른 강사들의 재판에도 이번 판결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