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이 보여주는 변화의 속도
8월 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16종의 하루 거래대금이 9,19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 5월 27일 상장 이후 처음으로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수치인데요. 불과 일주일 전인 7월 30일에는 12조 4,485억 원에 달했으니, 거래 규모가 열 분의 일 이하로 줄어든 셈입니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투자자 요건 강화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기본 예탁금이 기존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올라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려워졌고, 전체 ETF 시장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30~40%에서 5.7%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투자 심리가 급랭한 가운데,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등 주요 상품에서 개인 순매도가 집중되며 시장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다만 규제가 시장을 얼어붙게 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위 종목에 쏠렸던 자금이 다른 업종으로 분산되면서 변동성이 잦아들었고, 코스피는 3.76% 급등한 6,598선에 마감하며 6,500선을 회복했습니다. 코스닥도 나흘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장중 한때 800선에 근접하는 등 전반적인 안정 흐름이 나타났죠.
단일가매매라는 새로운 안전장치
정부는 거래대금 감소에 안주하지 않고 추가적인 시장 안정 장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특정 종목의 매매 방식을 연속매매에서 단일가매매로 전환하거나, 거래를 제한하는 주식시장 긴급 시장안정조치 도입을 추진 중인데요. 단일가매매는 3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한 가격에 체결하는 방식이라 호가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현재에도 단기과열종목 지정 시 단일가매매가 적용되지만, 발동 요건이 워낙 엄격해서 실제 거래 쏠림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급등락을 보일 때 한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존 서킷브레이커가 5~20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거시적 장치라면, 단일가매매는 개별 종목의 과열을 미시적으로 다루는 보완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가 9차례 발동되며 제도 도입 이후 누적 횟수를 넘어선 점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거대한 시장을 한 번에 멈추는 방식만으로는 특정 종목의 이상 급등락을 세밀하게 조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커진 것이죠.
제도 보완과 시장의 숙제
시장 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은 거래 시간 확대 쪽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9월부터 오후 4시에서 8시까지 ETF 애프터마켓을 운영하고 있는데, 장 마감 이후에는 실시간 추정순자산가치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유동성공급자가 직접 적정 가치를 산정해 호가를 제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가격 불안정성을 막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프리마켓 도입은 연기된 상태고, 24시간 거래 체계로 가는 길은 단계적으로 밟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자금이 코스피200 레버리지 등 다른 파생 상품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거든요.
금융위원회는 법 개정 이후 관계기관과 업계 의견을 수렴해 조치 대상과 발동 요건, 기간 등을 하위 법령에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거시적 안정장치와 미시적 조처가 상호 보완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결국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전체의 건강성을 지키는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