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이어진 짬짜미
국내 석유화학 업체 6곳과 임직원 37명이 16조 원대 가격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인데요. 서울중앙지검은 LG화학, 애경케미칼, OCI, 롯데정밀화학, PKC, 유니드 등 6개 업체와 전현직 대표이사 등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고위 임원 2명은 구속 상태로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담합은 2021년 1월부터 2026년 4월까지 5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대상 품목은 PVC,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하이포, TDI, 염소, ECH 등 8개입니다. 반도체 제조와 파이프, 전선 피복 생산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기초 원재료라 가격 상승이 제조원가와 최종 소비자가격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조직적으로 이어진 가격 조율
담합 방식은 치밀했습니다. 팀장급 직원이 경쟁사 관계자와 가격을 조율한 뒤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식이었는데요. 입찰에서는 낙찰받을 업체와 각 사의 투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했습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후임자를 경쟁사에 소개해 관계를 이어갔고, 일부 업체는 경쟁사 접촉 전담 직원까지 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고경영진이 직접 관여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특히 정부 지원금을 받고도 담합을 멈추지 않은 점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정부는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 이란 전쟁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자 약 1465억 원을 지원했는데요. 한 대형 업체 내부에서는 지원금을 국내 가격 안정에 활용하자는 보고가 있었지만, 관계자들은 계속 경쟁사와 만나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남은 과제
검찰은 8월 압수수색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뒤 두 달 만에 기소까지 마쳤습니다. 나희석 부장검사는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담합이 손익 개선 기회로만 인식됐다며 최종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자진신고 감면 제도가 적용돼 기소를 피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검찰청 시대의 마지막 브리핑에서 발표됐습니다. 수사와 기소를 융합한 퍼포먼스가 앞으로는 나오기 어렵다는 아쉬움도 함께 전해졌는데요. 공소청 출범 이후 검사의 90일 유예기간 실효성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담합 규모와 내부 조직 구조를 밝히는 수사는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