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MOU 문구
한-미 전략적 투자 협상 막바지에 양해각서(MOU) 문구 착오가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체결된 MOU는 투자금 납입 시점을 '45영업일보다 짧지 않은 날짜'로 적어두었는데요. 납입을 45일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뜻이니, 통상적인 계약 문법과는 정반대였던 겁니다.
정부는 일본의 대미 투자 MOU 문구를 그대로 옮겨온 과정에서 생긴 실수라고 설명합니다. 미일이 '45일 이내 납입'으로 구두 합의하고도 영문에 'no less than'을 붙여놨고, 이를 그대로 차용했다는 겁니다. 양측은 MOU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SPV 운영계약에서 납입 시한을 '45일 이내'로 바로잡기로 했습니다. 기초 문구 확인이 빠졌다는 비판과, 한국에 유리했던 조항을 쉽게 내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함께 나옵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과 의결권
2,0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의 핵심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입니다. AI 데이터센터발 전력난을 겪는 미국은 30여 년 멈춘 시공 능력을 메울 방법이 필요했고, 그 대가로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를 제안했습니다. 미국 측 제시는 5~10% 수준의 소수 지분입니다.
한국은 이사회 참여 등 실질적 의결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식재산권 분쟁 종결 대가로 붙은 기술 사용료와 미국산 기자재 의무 구매 조항을 재협상하려면 경영 참여가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의결권은 지분율을 넘어 원전 수출 주도권을 쥐는 지렛대인 셈입니다. 한국형 APR1400의 배치 시점도 쟁점입니다. 초기 물량에서 밀리면 착공이 10년 늦어질 수 있어 최소 2기 배치를 요구합니다.
수익성이라는 또 다른 벽
문제는 사업성이 기대만큼 밝지 않다는 점입니다. 1호 사업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소에 200억 달러 이상, 원전 8기에 약 1,200억 달러가 투입됩니다. 두 사업만으로 펀드 재원의 70%를 넘게 소진됩니다.
원전은 노형별 수익 격차도 큽니다. APR1400은 기당 약 2조 5,000억 원, 웨스팅하우스 AP1000은 약 4,000억 원 수준입니다. 알래스카 LNG는 구매자 확보와 세법 개정 무산으로 사업성이 불투명합니다.
리스크를 나눌 '엄브렐라형 SPC'가 미국 반대로 무산되면서 개별 프로젝트별 SPC 방식이 유력해졌고, 합의문에 없던 민간 기업의 직접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어떤 수익 보장 장치를 내놓을지가 남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