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린 115조 원 역사적 상장
스페이스X가 오는 6월 12일 나스닥 시장에 'SPCX'라는 종목 코드로 정식 상장합니다. 주당 공모가는 135달러로 확정됐으며, 총 750억 달러(약 115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입니다. 이는 과거 알리바바의 기록을 3배 이상 뛰어넘는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IPO 규모인데요.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테슬라마저 웃도는 약 2,700조 원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물론 시장의 관심은 일론 머스크의 지배력 구조에도 쏠려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Class B 주식에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머스크는 전체 의결권의 약 88.5%를 확보하게 됐고, 이사 선임과 해임을 사실상 독식하게 됐죠. 거대 자금을 끌어들이면서도 경영 통제권은 온전히 창업자에게 남는 전형적인 빅테크 지배 구조가 그대로 적용된 셈입니다. 머스크는 상장 후 1년간 자신의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해 가격 방어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늘 높은 매출 전망과 땅에 닿은 적자
이번 IPO를 주관하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스페이스X의 미래를 극도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매출이 약 5,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AI 부문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 전체 매출이 73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재무 상태는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줍니다. 지난해 매출은 187억 달러(약 29조 원)에 그쳤고, 순손실은 약 7조 3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4조 원 적자를 기록 중인데요. 플로리다대 제이 리터 교수의 연구 결과처럼 IPO 후 5년간 기존 기업보다 수익률이 낮았던 과거 사례를 떠올리면, 지금의 화끈한 전망이 반드시 투자 수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닷컴 버블과 비슷한 과열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 개미는 사모 문턱 넘어야, 우주 산업 지각변동은 불가피
한국 투자자들의 처지는 더욱 복잡합니다. 스페이스X는 한국에서 클래스A 보통주를 공모주로 등록하지 않겠다고 밝혀, 일반 투자자의 직접 청약을 사실상 차단했습니다. 영국엔 'UK 리테일 공모'를 열어 개인 투자자에게 기회를 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결국 국내에서는 기관과 전문 투자자 대상의 사모 방식으로 물량이 공급되며, 미래에셋증권은 약 50억 달러 배정을 신청했습니다. 청약을 위한 달러 환전 규모가 커지면서 환율 변동성 우려도 일부 제기됐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외환시장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영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상장은 한 기업의 성공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민간이 우주 산업을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인 셈인데요.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청 출범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한국판 스페이스X'를 꿈꾸고 있습니다. 다만 뚜렷한 수익 모델과 기술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국내 우주 산업의 경쟁력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