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젠슨의 파격적인 한국 방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또다시 한국을 찾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그는 기업 총수들과의 비즈니스 미팅만큼이나 파격적인 대중 접근으로 눈길을 끌었는데요. PC방에서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만나고, 깻잎쌈과 치킨, 소맥을 즐기며 자신을 'K-젠슨'이라 칭한 그의 모습은 젊은 세대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사실 이런 친근함 뒤에는 명확한 전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한국을 단순한 반도체 수출국이 아닌, 미래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낙점한 겁니다. 특히 HBM(고대역폭 메모리) 모양의 과자를 나눠 주는 등 재치 있는 행보로 한국 반도체 기술에 대한 강한 수요를 드러내며, 정서적 유대와 실질적 협력을 동시에 다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더욱 뚜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SK 최태원 회장과 세 차례, 현대차 정의선 회장 및 LG 구광모 회장과 각각 두 차례 회동을 가졌고, 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과는 HBM 및 파운드리 분야의 중장기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이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동맹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로 읽히는데요.
빅테크 독립에 맞서는 생태계 전략
엔비디아가 이렇게 한국에 공을 들이는 데는 글로벌 시장의 지각 변동이 배경에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며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엔비디아는 단순 칩 공급을 넘어 서버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세트 상품을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진화했습니다.
마치 건설 자재를 파는 대신 건물 전체를 공급하는 격인 이 전략은 한국 기업들의 AI 인프라 수요를 엔비디아 생태계로 흡수하려는 포석입니다. 젠슨 황 CEO는 방한 기간 중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 각 산업에서 자체적인 AI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한국의 공급 능력과 수요를 엔비디아 중심으로 끌어들이려는 구도가 형성된 셈입니다.
AI 주권을 둘러싼 딜레마
당연히 이런 흐름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깊어질수록 한국 기업들의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AI 서비스를 확장할수록 그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더 큰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AI 주권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한국이 HBM과 반도체 생산 능력으로 세계 AI 산업의 중심축에 서 있는 만큼, 협력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의존도를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