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만의 비극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32층 아파트 '웡푹 코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최소 128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43시간 동안 이어진 화재는 건물 외벽을 둘러싼 대나무 비계를 타고 순식간에 번져 7개 동에 피해를 냈습니다. 화재 발생 4일째인 현재까지도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며, 신원 확인이 어려운 시신이 89구에 달해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홍콩 정부는 29일부터 3일간 공식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사망자 가족에게 20만 홍콩달러(약 3,8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화재 확산의 주범
화재 원인은 건물 하부 외벽 그물망에서 시작된 불이 스티로폼 자재를 타고 빠르게 번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대나무 비계 '죽팡'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불길이 수직으로 급속히 확산되었죠.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홍콩 당국은 외벽 보수공사를 담당한 업체 관계자 11명을 체포하고, 621억 원 규모의 공사비 집행 과정에서 부실 자재 사용 여부를 집중 조사 중입니다.
역사가 반복된다
이번 참사는 2017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그렌펠 타워 화재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두 사건 모두 가연성 외장재 사용으로 인해 불이 빠르게 번졌고, 화재 안전 규정의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그렌펠 타워에서는 알루미늄 외장재(ACM)의 플라스틱 성분이 불을 키웠고, 소방당국의 '집에 머물라'는 잘못된 지시로 인해 7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홍콩에서도 안전보다 비용 절감이 우선시된 건설 관행이 비극을 부른 겁니다.
문화와 안전 사이
대나무 비계 '죽팡'은 홍콩의 무형 문화유산 후보로까지 논의될 만큼 도시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약 4,000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 전통 기술이 오히려 재앙의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죽팡은 금속 비계보다 저렴하고 습기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을 안고 있었죠. 홍콩 정부는 공공 건설 현장에 금속 비계 사용을 의무화했지만, 좁은 도심 환경과 민간 현장의 특성상 완전한 대체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음악으로 전하는 위로
한편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는 '2025 마마 어워즈'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시상자와 가수들은 검은색 의상을 입고 불 관련 가사를 수정하는 등 화재 참사를 추모했습니다. 박보검 MC는 묵념을 통해 "음악의 치유와 연대, 위로와 희망을 전달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마마 어워즈 측은 피해자 지원을 위해 2000만 홍콩달러(약 37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야오는 'Burning Up'을 'Turn It Up'으로, 베이비몬스터도 불 관련 가사를 수정하며 위로를 전했죠.
끝나지 않은 과제
이번 참사는 고층 건물이 밀집된 도시 국가들에게 중요한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효율과 비용 절감의 논리가 안전을 희생시키는 구조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그렌펠 참사 후 고층 건물 외벽에 가연성 소재 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홍콩을 비롯한 많은 도시에서 여전히 유사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방재 시스템의 중요성을 일깨운 두바이 토치 타워 화재 사례처럼, 이번 참사가 전 세계적인 안전 기준 강화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