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를 뒤흔든 유혈 참사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사망자 수가 3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노르웨이 기반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최소 3,42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고, 일부 반체제 매체는 사망자를 1만 2천 명까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1979년 이슬람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단일 사태로는 최대 규모의 유혈 사태로 기록될 만한 수치입니다. 시위는 통화 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이라는 경제적 빈곤에 대한 항의에서 시작되었지만,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인해 정치적 요구로 빠르게 확대되었죠. 이란 사법부는 시위 참가자들을 ‘알라의 적’으로 규정하며 신속한 재판과 처형을 예고하면서 상황은 더욱 암울해지고 있습니다.
정부군의 대응 방식도 심각한 논란입니다. 현지 증언과 보도에 따르면, 군인들이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으며, 부상자들에 대한 ‘확인 사살’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현지 의사는 총격과 중기관총 소리가 난무하는 현장을 ‘지진보다 더 처참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당국은 정보 통제를 위해 인터넷을 6일째 차단했지만,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와 같은 위성 통신 서비스가 일부 구멍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사회의 엇갈린 계산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시위대를 처형할 경우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며 군사 작전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백악관 내에서는 경제 제재 강화부터 핵심 지도부를 겨냥한 ‘핀셋 타격’에 이르는 다양한 옵션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또한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독일과 영국 등은 이란 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주변국의 반응은 훨씬 더 신중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등 걸프 아랍 국가들은 미국에 공격을 자제하라고 로비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이란 정권 교체가 석유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결국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죠. 특히 사우디는 지역 불안정이 자국 내 시위로 번질까 봐 두려워합니다. 이스라엘도 공개적으로는 침묵을 지키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습니다. 이란 체제가 약화되면 하마스나 헤즈볼라 같은 대리 세력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보복 공격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대 교역국이자 전략적 동반자였던 중국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이란이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중국은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란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분석합니다.
불안정성이 초래하는 파장
이란의 정치적 위기는 이미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세계 6위 산유국인 이란의 공급 불안 우려로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석유협회 회장은 이란 정권이 붕괴할 경우 미국 석유업계가 현장 안정화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망과는 반대로, 유가 하락에 베팅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예측은 언제나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이란 체제는 대규모 친정부 집회를 통해 단결을 과시하며 버티려 하고 있고,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권위는 여전히 공고해 보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고통과 폭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고, 내부의 불만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47년 된 이슬람공화국은 탄생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모든 이들의 눈은 이란 정부의 다음 행보와, 그것이 중동 전체의 안정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에 쏠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