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박 속 호르무즈 파병 논의, 임박한 결정의 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UAE)에 현지조사단을 파견해 작전 여건과 주둔 환경을 면밀히 점검했는데요. 조사단이 귀국하면 이르면 오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파병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이는 2004년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병 이후 22년 만에 미국 요청에 따른 파병이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프랑스 국빈 방문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 안정을 위한 국제공조 참여 의지를 밝혔지만, 청와대는 세부 사항은 검토 중이며 확정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동맹 강화를 위한 '패키지 딜' vs 명분 없는 전쟁 개입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파병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파병을 한미 안보 분야의 '패키지 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미국의 확장 억제 제공에 대한 확실한 공약을 끌어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엘브리지 콜비 전 차관이 지적한 '확장 억제의 허구성'을 극복할 기회로 삼아 대북 억제 전략 전반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송민순 전 장관은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대 등 실무적 기여를, 유명환 전 장관은 러우전쟁 사례를 들며 동맹 가치 유지를 위한 군사적 기여를 강조했습니다.
반면 전북평화연대 등 4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파병 논의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군수지원함과 초계기 파견이 비전투 파병이라는 명분 아래의 전쟁 지원이며, '항행의 자유'는 군사작전 참여를 가리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이란은 한국의 군사적 주둔이나 작전 참여를 침략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강력히 경고한 상태입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중동 전쟁에 말려드는 것은 좋지 않다며, 장병과 상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프랑스나 영국과의 협조를 통한 항행의 자유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에너지 안보와 국민 공감대 사이에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명분과 위험성의 불균형에 있습니다. 과거 이라크나 베트남 파병과 달리 이번 사태는 UN이나 미국 의회의 승인 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벌이는 전쟁 성격이 짙습니다. 전문가들은 파병 시 한국 원유 수입의 70%와 천연가스의 20%를 차지하는 중동 경로가 차단될 수 있고, 사우디나 쿠웨이트 등에 있는 한국 시설과 교민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정부가 국익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기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섣부른 결정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란과의 실무선 소통을 이어가며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