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둘러싼 중국의 새로운 외교 지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주변국들을 잇달아 방문하며 중국 중심의 지역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순방에서는 총 108건의 협력 문건을 체결했는데요. 이는 전통 인프라를 넘어 디지털 경제와 에너지, 교육까지 아우르는 성과였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운명공동체'라는 중국의 외교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풀이됩니다. 시 주석은 "아시아는 우리 공동의 집"이라며 중국과 주변국이 평등과 호혜를 바탕으로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최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도 핵심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중앙아시아와 맺은 '영구 우호'의 의미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잇는 도로와 철도 프로젝트는 중국의 주변 외교가 구체적으로 현실화되는 사례입니다. 이 도로 덕분에 키르기스스탄 농가의 체리와 멜론이 중국 신장 지역까지 공급되고 있으며, 2025년 양국 상품 무역액은 27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비슈케크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는 이러한 협력이 제도적 틀로 자리 잡았는데요. 중국은 SCO 회원국을 대상으로 에너지와 디지털 경제, 교육 분야의 협력 플랫폼을 개방하고 '영구 선린우호 협력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조약은 중국의 주변 외교에서 법적 형식으로 우호 원칙을 확정한 전례 없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간 협력도 '중국-중앙아시아 운명공동체'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은 여전한 과제
주변국 외교가 활발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핵심 사업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비슈케크에서 올해 두 번째 회담을 가졌는데요. 양 정상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혁신을 포함한 다극화된 세계 질서 구축에 뜻을 같이했습니다.
무역과 농산물 교역 증가, 북극항로 정기 운항 등 가시적 성과도 있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국제 현안은 부수적으로만 언급됐고, 연간 50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공급할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사업은 공급 가격과 투자 조건에서 양국 간 이견이 여전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도 구체적인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아 중국의 에너지 안보 다변화 구상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운명공동체'로 포장하며 아시아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도적 성과와 화려한 외교 행보 뒤에는 러시아와의 실질적 이해관계 조율, 그리고 각국이 중국 의존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미묘한 계산이 남아있습니다. 향후 중국의 주변 외교가 진정한 공동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