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과 주식이 끌어올린 가계 자산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의 삶을 둘러싼 자산 풍경이 제법 달라졌습니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이 9% 넘게 늘면서 1인당 순자산은 2억 7,475만 원으로 추정되었는데요. 이는 2021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입니다. 집값과 주식이 동반 상승하면서 자산 표면은 크게 부풀어 오른 셈입니다.
사실 이런 호황이 곳곳에 고르게 퍼진 것은 아닙니다. 전체 국민순자산은 2경 4,561조 원으로 전년보다 2.2% 증가에 그쳤는데요. 전년도 5.0% 증가율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한 겁니다. 이유는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이 늘어났고, 이것이 대외금융부채로 잡혔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국가 전체 순금융자산은 20.4%나 급감하며 전체 자산 증가세를 꽤 잡아끌었습니다.
수도권으로 쏠린 7000조 원 주택 시장
주택 시장의 온도 차는 더욱 선명합니다. 지난해 전국 주택 시가총액은 7,710조 원으로 8% 올랐는데, 이 증가분의 무려 92.8%가 수도권에서 나왔습니다. 서울·경기·인천의 주택자산 비중이 70.4%로 올라섰는데, 이는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서울의 주택 가격이 15.9%나 급등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요.
물론 지방은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구와 경북의 주택자산을 합쳐도 423조 원에 불과한데, 서울 한 곳이 2,894조 원을 기록했으니까요. 토지자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서, 수도권 토지자산은 전국의 67.8%를 차지했습니다.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으로 계속 몰리는 구조 속에서 부동산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입니다.
늘어난 자산, 그러나 부채와 격차의 그림자
가계 입장에서는 자산이 늘어난 게 맞습니다. 가계의 순금융자산이 21.8% 급증하며 16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고, 주택자산도 534조 원 늘었습니다. 덕분에 1인당 가계순자산은 일본보다 높은 19만 3천 달러 수준으로 올라섰는데, 미국이나 호주와는 아직 격차가 큰 편입니다.
반대로 걱정거리도 적지 않습니다. 금융부채가 13.6%나 늘면서 가계의 부채 부담도 커졌고, 지역 간 자산 격차는 10년 전과 비교해 13.9%포인트나 벌어졌습니다. 주식과 부동산이 뛸 때 자산이 불어나는 구조는 투자에 성공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 간극을 키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자산이 늘어난 것만큼이나, 그 혜택이 고르게 나눠지는지를 살펴보는 일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