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거위가 무너지는 순간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DF2 구역(화장품·향수·주류·담배) 사업권 반납을 결정했습니다. 신라면세점에 이어 두 번째 철수인데요, 이로써 인천공항 면세점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두 대형 면세점이 잇달아 철수한 것은 면세점 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4월 사업권을 획득했지만, 월 60억~100억원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내년 4월 27일까지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위약금만 약 1900억원에 달하는 큰 결단이었죠. 신라면세점도 지난달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한 바 있어, 면세 업계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적자와 임대료의 이중고
면세점 업계가 겪는 어려움은 복합적입니다. 고환율과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고객들의 구매력이 감소했고, 소비 패턴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관광객들의 쇼핑 행태가 크게 달라졌는데요,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공항 면세점을 찾는 고객들의 소비가 줄어든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임대료 산정 방식이 2023년부터 출국 여객 수에 연동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발생했습니다. 여객 수는 증가했지만 실제 매출은 따라가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죠. 신라와 신세계는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임대료 27.184% 인하를 권고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정 다툼과 협상 결렬
임대료 조정 협상은 결국 결렬되었습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고가 투찰로 사업권을 획득한 후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는 기업의 경영 책임 회피로 간주된 거죠.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경영상 손실이 너무 커 부득이하게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회사는 2023년 7월 10년 영업 허가권을 따냈지만, 불과 2년 만에 철수라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2033년까지 예상되는 적자 규모가 1조 142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위약금을 감수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으로 판단된 겁니다.
새로운 경쟁 구도와 향후 전망
이번 철수로 인천공항 면세점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전망입니다. 롯데면세점, 현대면세점,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등이 재입찰 경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신속한 후속 사업자 선정을 위해 연내 재입찰을 공고할 계획입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앞으로 명동 시내 면세점과 DF4(패션·잡화) 권역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시내 면세점과 특정 구역에 집중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면세점 사업의 수익 모델 자체에 대한 재검토를 촉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면세점 업계의 이중고는 단순히 일시적인 경기 침체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비 패턴의 근본적인 변화와 임대료 구조의 문제가 맞물리면서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향후 재입찰에서는 보다 현실화된 임대료 조건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