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고향을 덮친 드론
우크라이나군이 10월 18일 새벽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대규모 드론으로 공습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자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이곳이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타격을 받은 겁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국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1,015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고, 그중 상트페테르부르크 방공망이 146대를 잡아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는 에너지와 물류 시설에 집중됐습니다. 항구의 석유 터미널과 유류 저장 시설, 산업용 창고에서 화재가 났고, VK 데이터센터와 오존 물류창고도 손상됐습니다. 레닌그라드주 변전소 두 곳이 멈춰서며 수시간 정전이 이어졌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은 한동안 폐쇄됐습니다. 인명 피해는 최소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무너진 '에너지 휴전'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11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시설 공격을 멈추기로 합의했다고 선언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그사이 우크라이나의 전력·석유·가스 시설을 76차례 공격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휴전 종료를 선언했고, 곧바로 최대 규모 보복에 나선 겁니다.
양측의 타격 대상은 서로 다릅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정유·수출 시설을 노려 전쟁 자금줄을 압박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발전소와 변전소를 때려 민간의 전기와 난방을 흔듭니다. 러시아는 지난 한 주 동안 드론 2,700대와 유도항공폭탄 1,700발, 미사일 66발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휴전의 범위와 기간이 명확하지 않았던 탓에 중재는 시작부터 힘을 잃었습니다.
워싱턴을 향한 젤렌스키의 경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항복시키려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공급이 월 12발 수준으로 줄어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4분의 1에 그치고, 스타링크 위성통신 속도까지 제한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이 조치의 배후로 백악관을 지목했습니다.
반대편의 계산은 다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위기 완화를 위해 러시아산 경유를 들여오는 이른바 '경유 딜'을 맺고 제재를 일부 풀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무기 공급과 위성통신을 제한하겠다고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 정부는 미사일 공급량이나 지연 이유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나면 상황이 차분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드론이 리투아니아 영공까지 들어가며 인접국에 경계령이 내려지는 등 파장은 주변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전쟁의 향방이 미국의 정치 일정과 맞물려 흔들리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