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앞까지 번진 불길
2026년 7월 26일, 유럽 남부를 강타한 대형 산불이 프랑스와 스페인을 동시에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양국에서 30만 명을 넘는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했으며, 스페인은 사상 처음으로 산불 관련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인근에서는 불길이 도심 15km 지점까지 접근해 세계적인 와인 산지가 위태로운 상황인데요. 일부 주민들은 보트를 이용해 바다로 긴급 탈출하는 등 필사의 대피가 이어졌습니다.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등 주변국이 소방 비행기와 인력을 긴급 파견하며 유럽 전역의 비상 공조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최대 피해
프랑스 지롱드 지역에서는 이번 산불로 파리 면적의 4배에 달하는 420㎢가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당 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로 기록되는데요. 주택 240채가 전소되고 지역 주민 22만 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인근 랑드 지역에서도 3만 6천 명이 떠나야 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소방관 2,500명과 소방 항공기 18대, 군용 수송기까지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123년 역사의 투르 드 프랑스 마지막 코스까지 89㎞로 단축되는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페인 역시 마드리드와 아빌라, 발렌시아 등지에서 11만 명 이상이 대피했고, 발렌시아주에서는 한 남성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화약고처럼 변한 숲
이번 재난의 배경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올여름 남유럽의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6.5도나 높았고, 수개월간 이어진 가뭄으로 토양 수분이 바짝 말라버렸습니다. 작은 불씨에도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 같은 상태에 시속 40~50㎞의 강풍까지 더해지면서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스페인의 올해 산불 소실 면적은 15만 3천 헥타르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늘었고, 프랑스 전역에서도 9만 8천 헥타르가 불에 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를 유럽 단일 산불 역대 최대 대피 사례로 꼽았고, 환경 싱크탱크 E3G는 대자연의 방어막이 무너지고 있다며 기후 안보 위기의 전조라고 경고했습니다. 양국 정상과 교황 레오 14세도 피해 지역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며 복구를 약속했지만,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는 한 유사한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