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의 권리를 외치는 시민들
인도 뉴델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와 방독면을 착용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숨 쉬는 게 그립다", "맑은 공기는 정부 소유가 아니다"라는 피켓을 든 시위대는 정부의 미흡한 대기오염 대응에 강력한 항의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참여한 시민들이 많았는데요, 한 참가자는 "우리 아이들이 깨끗한 공기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스위스 공기 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뉴델리는 전 세계 수도 가운데 대기질이 가장 나쁜 곳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뉴델리의 연평균 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의 18배에 달하는 91.6㎍/㎥를 기록했죠. 시위가 진행된 인디아게이트 주변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WHO 일일 한도의 13배를 초과하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복합적인 오염원과 그 심각성
인도의 대기오염은 단일 원인이 아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노후 차량의 매연, 석탄 화력 발전소, 공장 배기가스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농촌 지역의 논밭 태우기와 쓰레기 소각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이 되면 찬 공기가 대기 오염 물질을 가두어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데요, 지난해 11월에는 WHO 일일 최대치의 65배에 달하는 980㎍/㎥의 농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오염은 인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인도에서 발생한 사망자 중 약 380만 명이 대기오염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니세프는 대기오염이 어린이들의 급성 호흡기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고, 인도 어린이 세 명 중 한 명은 이미 폐 손상을 입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대책과 그 한계
인도 정부도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노후 차량에 대한 연료 판매 금지, 경유 발전기 사용 금지, 농작물 소각 금지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지난달에는 인공강우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러한 조치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정책 실행의 일관성 부족과 효과 모니터링 시스템의 미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기오염이 계층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유층은 고성능 공기청정기로 실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시민들은 얇은 마스크에 의존하며 먼지 속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한 변호사는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정부의 진지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민 참여와 미래 전망
야당 지도자 라훌 간디는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는 기본권인데, 정부가 이를 요구한 시민을 범죄자 취급했다"고 비판하며 정부의 대응 방식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경찰은 사전 집회 허가 미비를 이유로 시위대를 연행하고 시위 용품을 압수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현재 뉴델리 대도시권에는 3천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며, 대기오염의 영향은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습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인도인의 기대수명이 5.3년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규제보다는 장기적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합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고, 국제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가 시민들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마련할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가 단순한 항의를 넘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