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멈춰 세운 임용 취소
서울행정법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임용 취소 처분에 대해 잇따라 위법 판결을 내렸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 조작 등 절차적 하자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합격자 본인이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2021년 선관위 경력경쟁채용으로 8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7급까지 승진한 A씨의 소송에서 나왔습니다. A씨는 감사원 감사 결과 아버지인 선관위 상임위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면접 평정표 임의 변경 등을 이유로 임용 취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드러난 채용 과정의 문제들
재판 과정에서 선관위 내부의 부실한 채용 관행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선관위는 면접위원들에게 사후 수정을 고려해 평정란을 연필로 작성하고 서명란은 비워두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점수를 임의로 변경해 집계표를 다시 작성함으로써 응시자 3명의 순위를 올리고 2명은 합격권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전출 동의에 대한 처치도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소속 기관의 전출동의를 받기 어려운 5명의 합격자 중 2명만 임용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의원면직 후 임용하는 방식으로 처리한 것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평정표 수정 이전에 이미 공동 4위로 합격권에 있었으며, 경찰 수사에서도 부친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전출 동의 없이 의원면직 후 임용되는 것은 선관위 내 다수의 사례였던 관행이라는 점도 감안해, 임용 취소로 A씨가 입을 불이익이 공익적 필요보다 더 크다고 결론 내린 겁니다.
남겨진 과제들
이번 판결로 선관위가 시도한 채용 비리 시정 조치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별도의 소송에서는 다른 간부 자녀 B씨도 승소 판결을 받았고, B씨의 채용 과정에서 부정 청탁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가 덧붙였습니다.
한편 선관위 내부에서는 징계위원 중 일각이 채용 비리로 징계를 받고도 위원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절차적 하자는 인정하면서도 합격자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선관위 징계 체계의 실효성 논란과 맞물리면서, 공직 채용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이 당면 과제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