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교차로에 선 뇌전증 치료제
국내 뇌전증 치료제 시장이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약품을 둘러싸고 국내 제네릭(복제약) 업체들의 공격적인 시장 선점 경쟁이 뜨겁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한 새로운 3세대 치료제가 등장하며 환자 중심의 치료 옵션을 확대하고 있죠. 이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일어나며 시장의 판도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브리바라세탐 성분의 치료제에서 이런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약품인 '브리비액트정'은 2019년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약가 협상의 난항으로 건강보험 급여 등재에 실패한 상태입니다. 이 틈을 노리고 환인제약, 부광약품 등 다수의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 허가를 획득하며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제네릭의 공격적 진출, 오리지널의 입지 흔들다
제네릭 업체들의 전략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절차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 '비급여'로 먼저 시장에 출시하는 투트랙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환자와 병원에 먼저 약을 알리고 점유율을 쌓은 후, 급여 등재가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산이죠. 더욱이 환인제약은 오리지널에 없는 75mg이라는 새로운 용량을 출시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제네릭의 성공적인 선점 전략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오리지널 약품의 시장 철수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유씨비제약의 뇌전증 치료제 '빔팻(라코사미드)'이 제네릭에 밀려 국내 시장에서 퇴출된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리지널이 급여 등재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제네릭이 먼저 급여 목록에 오르며 시장을 장악한 결과였죠. 브리비액트정이 똑같은 길을 걷지 않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신약 출시로 본 환자 중심 치료의 진화
제네릭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시장에는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삼진제약이 최근 출시한 3세대 뇌전증 치료제 '엑스톨리(레베티라세탐)'가 대표적입니다. 이 약은 기존 2세대 치료제인 '케프라'와 동일한 성분이지만, 약물 상호작용을 줄여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신약 출시를 넘어,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순응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반영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뇌전증 환자 중 일부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증상인 '짜증(Irritability)' 완화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국내 임상 연구에서 엑스톨리 복용군의 짜증 증상 개선율이 기존 치료제 대비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발작 억제 뿐 아니라 동반 증상까지 고려한 치료 접근법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또한 10mg부터 100mg까지 네 가지 용량으로 출시되어, 환자 개인의 상태에 맞는 보다 세심한 용량 조절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처럼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비용 효율성을 앞세운 제네릭의 공세와, 환자 맞춤형 치료를 지향하는 신약의 등장이라는 두 축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과 혁신이 궁극적으로는 환자에게 더 다양하고 접근성 높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다음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