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정산해주는 R&D
SK하이닉스가 협력사와의 상생 모델을 대폭 손질했습니다. 28일 열린 2026 파트너스데이에서 동반성장협의회 출범 25주년을 기념하며 새 지원책을 내놨는데요. 핵심은 협력사의 성장 주기를 기술 개발, 테스트·검증, 양산, 판매 네 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지원을 맞춘 겁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새로 도입한 'R&D 도전 보상제'입니다. 협력사의 초기 개발비를 최대 50%까지 먼저 지원하고, 개발에 실패하거나 제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도 기술적 성과와 기여도를 반영해 사후 정산해 줍니다. 실패 위험을 협력사 혼자 떠안지 않도록 만든 구조인 셈입니다. 기존 무이자 대출과 병행하는 방식이라, 자금력이 약한 중소 협력사 입장에서는 도전 자체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검증부터 양산까지
테스트와 검증 단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인력과 설비를 활용해 협력사의 장비·부품·원자재를 평가합니다. 2027년 개소를 목표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짓고 있는 3,300제곱미터 규모의 '트리니티 팹'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협력사가 양산 수준의 공정 환경에서 미리 제품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실증 시설입니다.
양산 단계에서는 동반성장펀드를 통한 저금리 자금 지원과 2·3차 협력사까지 넓힌 경영 컨설팅이 제공됩니다. 대출 금리는 시중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준입니다. 판매 단계에서는 납품대금 지원 펀드를 기존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두 배 늘렸습니다. 대금 회수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가 그만큼 두터워진 겁니다.
남은 건 체감 효과
곽노정 사장은 100여 개 협력사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습니다. 협력사의 역량이 곧 기술 경쟁력이라는 판단 아래, 지속가능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행사에서는 기술혁신, 품질향상, 동반성장, ESG 네 분야에서 우수 협력사 11곳이 시상받았고, 1억 2,000만 원이 구세군자선냄비본부에 전달돼 자립 준비 청년의 교육과 생계를 돕는 데 쓰일 예정입니다.
다만 지원 확대가 실제 구매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볼 대목입니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협력사가 체감하는 성과로 연결돼야 상생의 의미가 살아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