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가 시중은행을 찍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KB국민은행 영등포 신관에 조사요원을 투입하며 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비정기 조사를 전담하며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023년 정기조사 이후 불과 3년 만에 이뤄진 이번 조사는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금융권 전체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 조사의 발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수백억 원대 세금 누락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거론되는데요. 다만 조 단위 순이익을 내는 은행의 규모를 고려하면 수백억 원이 비정기 조사를 받을 만한 명분이 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세무업계의 시각도 있습니다. 국세청은 개별 납세자에 대한 정보 확인이 불가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구체적인 혐의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나·메리츠·농협 이어 KB까지
이번 조사는 올해 들어 잇따르는 금융권 특별 세무조사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메리츠증권이 조사를 받았고 6월에는 농협중앙회에까지 조사4국 요원 130여 명이 투입되었습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가 아닌 은행 자체를 대상으로 한 점에서 지난 하나금융지주 사례와는 조사 범위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의 공공성이 취약하다고 지적한 발언 이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가 금융권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강조하는 기조 속에서 세무당국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개별 세무조사와 정책 기조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회장 인선과 맞물린 변수
이번 조사가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시기가 겹친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11월에, 이환주 국민은행장의 임기는 12월에 각각 만료되는데요.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에서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이 연임이나 차기 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금융권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회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번 조사와 무관하게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며, 세무조사가 인선의 직접적인 변수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조사 경위와 범위를 내부적으로 파악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는 이번 사안이 은행에 국한된 것이라 지주사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하지만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조사 결과에 따라 금융권 전체의 세무 리스크 관리 패러다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