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조원대 제약사 탄생 임박했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가 초대형 합병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양사의 시가총액을 합산하면 약 4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578조 원에 달하는 규모인데요. 성사될 경우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급 거래 중 하나가 되며, 시가총액 기준 세계 4위 제약사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번 합병설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알려졌으며, 양사가 수개월간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합병 비율이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고, 현금과 주식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위기, 하나의 답으로
아스트라제네카가 BMS를 찾은 이유는 미국 시장 확대에 있습니다. 회사는 지난 2월 뉴욕증권거래소에 보통주를 직접 상장하며 미국 자본시장과의 연계를 강화했는데요. 2030년까지 연간 매출 8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BMS의 현지 연구개발과 판매망을 한꺼번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반면 BMS는 특허 만료로 인한 매출 감소 위기, 이른바 특허절벽에 직면해 있습니다. 항암제 레블리미드의 제네릭 라이선스 제한이 올해 1월에 종료되었고, 혈전약 엘리퀴스의 유럽 특허도 곧 만료됩니다. 면역항암제 옵디보의 미국 시장 독점 추정 연도가 2028년으로 다가오면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규제와 정치가 남긴 숙제
문제는 합병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양사 모두 대규모 항암제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반독점 심사가 큰 관문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폐암이나 간암 치료에서 겹치는 PD-(L)1 계열 약품들 때문에 미국과 유럽 경쟁당국이 까다롭게 검토할 가능성이 큽니다. 심사 과정에서 일부 제품을 다른 기업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영국 내 정치적 반발도 변수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거나 경영 구조를 미국 중심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2014년 미국 화이자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던 과거 사례가 있어 이번 논의는 영국 정부와 정치권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형 M&A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 신호입니다. 그러나 항암제 시장의 사업 중복과 영국 내 정치적 부담을 고려할 때,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규제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