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이름을 바꾼 한 통의 전화
온타리오호가 이제 미국에선 '아메리카호'로 불리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27일 서명한 행정명령 때문인데요. 구글은 이미 미국 지역 지도에 새 이름을 반영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에까지 직접 연락해 지도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캐나다가 400년 넘게 사용해 온 이름을 미국이 하루아침에 바꿔버린 셈이죠.
캐나다의 반발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이 지명이 캐나다 연방 수립보다 역사가 깊다며 강하게 반대했고,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는 호숫가에 "온타리오 호수. 지금도, 그리고 언제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사실 이는 단순한 지명 논란을 넘어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캐나다 전역에서 번지는 '미국 거부'
이번 갈등은 캐나다 사회 전반으로 불을 옮기고 있습니다. 미국산 제품 불매를 외치는 'ABUS'와 미국 여행 거부 운동 'ABUSA'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원산지를 확인하며 캐나다산 제품을 찾고, 겨울철 미국으로 향하던 '스노버드' 계층은 부동산을 매각하고 멕시코나 유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주정부 차원의 대응도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온타리오주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력에 할증 관세를 부과했고, 보복관세가 철회되지 않으면 전력 공급 차단까지 예고했습니다. 퀘벡주는 미국 기업 입찰에 불이익을 주고 있고,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등 공공 계약도 취소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캐나다가 미국을 상대로 이토록 강경해진 건 최근 몇 년 사이에 드문 일입니다.
동맹의 의미를 묻는 냉소적인 시선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중국 관영 매체의 시각은 냉소적입니다. 글로벌 타임스는 캐나다가 호수 이름 하나 지키지 못하는 동맹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비판하며, 동맹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은 보험이 아닌 가입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연히 중국 특유의 서구 동맹 체제 비판 논조가 깔려 있긴 하지만, 캐나다로서는 곱지 않은 평가를 듣게 된 셈입니다.
반대로 양국 경제의 밀착도는 갈등을 쉽게 풀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이기도 합니다. 캐나다 수출의 75%가 미국으로 향하고, 미국 역시 캐나다산 천연가스의 99%, 전력의 85%, 원유의 60%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목을 조이는 관세 전쟁이 계속된다면 피해는 결코 한쪽에만 국한되지 않을 겁니다.
이번 온타리오호 명칭 변경은 작은 지도 위의 글자 바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맹의 한계와 국가 자립의 중요성을 다시 묻게 하는 사건입니다. 지명 하나가 양국 관계를 뒤흔든 지금, 캐나다가 어디까지 저항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