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처럼 보이는 기술이 만든 새로운 골칫거리
요즘 안경이 단순한 시력 교정 도구가 아니게 됐습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스마트 안경이 등장하면서 일상 곳곳에서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시험장에서 부정행위 도구로 악용되는가 하면,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진화하는데, 이를 다스힐 제도와 인식은 여전히 한참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학가 역시 별도 지침 없이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뚫리는 단속, 속는 기술
가장 먼저 시험장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AI 글라스가 수험생들 사이에서 새로운 커닝 수단으로 떠올랐는데요. 교육부는 반입 금지 공문을 내렸지만, 기기가 점점 가벼워지고 일반 안경과 구분이 어려워지면서 육안 단속에는 한계가 명확해졌습니다. 실제로 무게가 약 50g에 불과한 최신 AI 글라스는 디자인마저 일반 안경과 판박이라서 감독관조차 속이기 쉽상입니다. 안경다리 두께나 조작 행동을 확인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를 앞지르는 형국입니다.
메타의 스마트 안경은 또 다른 허술함을 보여줬습니다. 촬영 시 백색 LED가 켜지도록 설계했는데, 시중의 저렴한 눈부심 방지 스티커 하나로 이를 가리면 센서는 속고 카메라는 계속 작동하는 겁니다. 사실 이 모습은 1970년대 미국 AT&T 교환기를 장난감 호루라기 소리로 속였던 블루박스 사건과 꼭 닮았습니다. 첨단 기술이 예상치 못한 단순한 꼼수에 무너지는 모습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다른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물리적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문형남 한국AI교육협회 회장은 계산기가 등장했을 때 수학 교육이 변했던 것처럼, AI 시대에는 정답 암기보다 사고 과정과 문제 해결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시험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도 탐지기 도입이나 시험장 녹화 같은 물리적 대책을 제안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고 전환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군 부대에서 불침번을 CCTV로 대체하려다 중단한 사례도 떠오릅니다. 첨단 장비가 늘 옳은 것은 아니며, 전우의 안전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는 인간의 역할은 기계가 완벽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AI 글라스가 우리 앞에 던진 과제는 단순히 반입 금지 목록을 늘리는 게 아닙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평가의 기준과 일상의 경계를 새로 그리는 사고방식의 변화가 함께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