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글에 고정밀 한국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했습니다. 군사·보안시설 정보를 가리고, 데이터 가공은 국내 서버에서만 하며 정부의 검토를 받는다는 여러 장치를 둔 결정인데요. 당장은 한미 통상 협상에서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국내 측량, 지도 플랫폼, 자율주행을 준비하는 업계에서는 외국 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이 거세고, 향후 10년간 최대 197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엄중한 경고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통상 압박에 따른 선택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의 강력한 디지털 규제 완화 압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라는 칼을 들어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 통신망 사용료 부과 등 다양한 규제를 문제 삼은 상황이었죠. 고정밀 지도 반출 제한 역 미국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온 사항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통상 마찰을 완화하기 위한 ‘절충안’이었다고 분석합니다. 경희대 장용준 교수는 지리 정보 기반 기술 산업의 세계적 추세를 볼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당장의 보복성 관세 위협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셈입니다.
산업 생태계에 던진 충격
조건이 달렸다고는 하지만, 구글이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면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구글은 이미 압도적인 AI 기술과 글로벌 플랫폼,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의 고정밀 지도가 결합된다면, 구글 맵의 정확도와 서비스는 한 단계 도약하게 되겠죠. 문제는 이로 인해 국내에서 측량부터 지도 제작, 온라인 지도 서비스,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교원대 정진도 교수의 분석처럼, 단순히 한 업종이 아닌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상생과 경쟁력 확보의 길
정부는 이번 결정과 함께 산업 육성 방안 마련을 권고하고 구글 측에 상생 방안을 강구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지오스토리 위광재 대표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말뿐인 상생 약속이 아닌, 제도화된 관리·감독 메커니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협의체의 심의가 국가 안보에만 초점이 맞춰져 산업적 영향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해법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구글의 진출을 막기보다, 국내 업체들이 지도 데이터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보다 쉽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 다른 하나는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토종 플랫폼의 강점을 살려 AI 기술과 실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단순히 보호가 아닌,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