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큰 폭의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17차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제7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이 의결되었는데요. 그 핵심은 그동안 증권 분야에만 국한되었던 집단소송제를 소비자 전 분야로 확대하고, 법원이 사업자에게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를 새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들이 훨씬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사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전원이 일일이 소송을 할 필요 없이 대표 당사자의 승소 판결이 전체에 효력을 미치는 제도입니다. 다만 2005년 도입 이후 줄곧 증권 분야에만 적용되어 왔어서, 일상 속 제품이나 서비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죠.
당연히 이번 정부 방침은 소비자 권리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조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법이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움직인다"
같은 날 국회 앞에서는 소비자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12개 회원단체가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는데, 이들이 외친 구호는 "법이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움직인다"였습니다. 최근 티빙, 위버스, 듀오, 쿠팡 등에서 잇따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개별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이어가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들은 집단소송법 제정을 촉구하며 두 가지를 특히 강조했습니다. 피해자가 일일이 참여하지 않아도 보상받을 수 있는 '옵트아웃' 방식과 기업 내부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증거개시' 제도를 법안에 반드시 담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런 장치가 없다면 집단소송도 결국 허울뿐인 구색 맞추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반대로 일부에서는 과도한 소송 확대가 기업의 부담을 키워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선 촘촘한 보호막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집단소송 확대 외에도 AI 기반 시장감시 체계 구축과 마이데이터 전 분야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사용자 친화적인 키오스크 개발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조치들은 기술 발전 속에서 소비자가 오히려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촘촘한 안전막 역할을 할 겁니다.
물론 생활밀착형 제품 안전관리 강화나 친환경 소비 생태계 조성 같은 내용도 함께 담겼습니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은 결국 입법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 제도가 구체화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집단소송제가 소비자 피해 회복을 넘어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드는 전환점이 될지, 앞으로의 입법 논의가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