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현실 사이의 간극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 사도광산의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반영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판단하며 일본 정부에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202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은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를 충분히 알리고 매년 추도식을 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의 이행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새로 설치된 조선인 기숙사 터 안내판에는 강제성 언급 없이 '한국에서 온 노동자'라고만 표기됐고, 매년 열리기로 한 추도식 역시 우리 정부와 유족의 반발로 일본만 참석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1940년부터 1945년까지 1,519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됐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 같은 태도 속에서 사실상 공백처럼 처리되고 있는 겁니다.
일본 정부의 회피적 답변
이번 권고에 대해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등재 당시 결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성실히 대응해 왔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습니다. 추가 해설과 전시 조치가 있었다는 '일부 진전' 부분만 강조하면서,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유네스코의 핵심 메시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결정문안에 일본의 조치에 일부 진전은 있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한국 측의 일관된 입장이 반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유네스코는 일본이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광산 개발 전 기간에 걸친 전체 역사를 현장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도록 명시했습니다. 특히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상황을 구체적인 전시물로 보여줄 것을 요구한 만큼, 단순한 해설 보완을 넘어선 실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행 강제력의 한계와 향후 향방
하지만 유네스코의 권고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이 권고를 따르지 않더라도 명확한 불이익 규정 자체가 없으며, 지금까지 1,248건의 세계유산 가운데 등재 취소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합니다. 그마저 유산 자체의 물리적 훼손이 이유였던 만큼 실질적 제재 가능성은 낮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입니다.
일본은 2027년 12월 1일까지 이행 보고서를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해야 하고, 이 보고서는 2028년 제50차 유산위원회에서 재검토됩니다. 이번 결정문안은 오는 7월 20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견이 없다면 최종 합의 채택될 전망입니다. 사도광산뿐 아니라 강제동원 역사를 축소 표기해온 군함도 사례에서도 같은 양상이 반복되고 있어, 이번 권고가 일본의 태도에 실질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