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을 뒤흔든 익명 폭로
지난 7월 경기도청 내부 익명 소통 게시판 '와글와글'에 한 직원의 호소 글이 올라와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작성자 A씨는 과거 같은 부서 직원으로부터 "만나주지 않으면 그만두라"는 취지의 성적 요구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이를 거절한 이후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보복성 조치를 당했고, 동료들에게 부정적인 이야기가 퍼진 2차 피해까지 겪었다고 호소했습니다. 해당 게시글은 직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며 조회수 2,300회를 넘어섰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피해자 보호와 2차 가해 차단을 최우선으로 하는 특별지시를 내렸습니다. 인권담당관이 조사 상황을 도지사에게 직접 보고하는 직보체계를 가동하도록 했고,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처분할 방침입니다. 다만 도청 측은 게시글만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 신원을 특정할 수 없어, 공식 신고가 접수되어야 본격적인 조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복되는 공직사회 성비위의 그림자
이번 사건은 비단 경기도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공직사회에서는 직위 고하를 막론한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국민적 실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광역자치단체 국장급 간부의 부하 직원 성추행, 지방의원의 중학생 대상 성범죄로 인한 의원직 상실, 성범죄 수사 표창을 받은 경찰관의 여경 성추행 사건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과거 단체장이 여비서를 성폭행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었음에도 유사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조직문화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처럼 비극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매년 실시되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건전한 회식문화를 강조하며 여직원을 술자리에 동석시키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제는 강조를 넘어 조직문화로 정착시키는 실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원천 차단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수적입니다. 우선 성범죄 전력자의 공직 진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간부 승진 심사와 임용 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 의식을 핵심 평가 항목으로 반영해, 권한에 걸맞은 책임감을 갖춘 인물이 선발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핵심 과제입니다. 외부 독립기구를 통한 신고 체계와 철저한 신원 보호 장치 마련, 그리고 성범죄를 은폐하거나 축소한 관리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경기도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실질적인 예방 교육과 조직문화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어떻게 이행되는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