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관련 첫 입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계엄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그는 계엄이 위헌이라는 인식 아래 전혀 협조하지 않았고, 계엄사에 명단을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비상계엄 당시 사법부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를 두고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으로 읽힙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해서도 침묵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사태를 방관했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부인한 겁니다.
제청권과 증인 선서 논란
이날 국감에서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지점은 대법관 제청권이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 104조 2항을 근거로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3부 권한 배분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국회나 대통령이 제청에 관여할 수 없고, 반대로 대법원장도 그들의 제청에 관여할 수 없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겁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를 반드시 제청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도 내놨습니다. 법원조직법이 추천을 존중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그는 국회가 추천위원회를 신설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법사위가 그를 일반증인으로 지정했지만 증인 선서는 거부했는데, 증인 선서 절차가 헌법에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사법부 독립을 둘러싼 공방
여야는 대법원장이 인사말 이후 국감장에 남아야 하는지, 선서를 해야 하는지를 두고 충돌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장기 공백 사태와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문제 삼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가라고 묻자 조 대법원장은 모욕적이고 슬프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국감이 사법부를 겨냥한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와, 사법부 독립을 지키려는 대법원장의 소신이 동시에 드러난 셈입니다. 부동산과 형사사법 체계 개편 같은 시급한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