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타결 난망한 한미 정상회담
29일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타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접어들었습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 협상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죠.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협상이 매우 복잡하고 세부 조율 사항이 많아 정상회담 내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타결에 자신감을 표명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입장입니다.
투자 규모와 방식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핵심 쟁점은 투자 규모와 방식입니다. 미국은 한국에 8년간 총 2000억 달러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 측은 연간 150억 달러 수준이 최대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금액이 이 수준이라는 게 이유인데요,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려면 정책금융기관의 외화채권 발행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할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한국은 일본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EU식 투자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일본의 현금 투자 중심 모델과 달리 기업 주도의 투자를 통해 미국 내 공장 설립 등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안보 협상과의 연동 문제
흥미로운 점은 안보 분야에서는 양국이 큰 이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안보 협상 관련 문서 작업이 대체로 완료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이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영역에서 일본과 동등한 권한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에 미국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죠. 하지만 관세 협상과 안보 협상이 연동되어 있어 한쪽의 지연이 다른 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양국은 개별 안건의 분리 타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관세 협상의 난항이 안보 협상 발표 시기까지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선업 협력과 향후 전망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 부활을 강조하며 한국의 투자 확대를 계속 촉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조선 기술과 자본이 미국 산업 재건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의 미국 조선업 투자 계획이 훌륭하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협상 지연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며, "국익을 해치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정부는 APEC 이후 협상을 연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이미 조율이 끝난 안보 분야만 우선 타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현재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실질적인 타결보다는 정상회담 발표 내용에 대한 실무적 협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APEC 정상회의가 끝난 후에도 양국은 세부 사항을 놓고 추가 협상을 이어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