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을 지나는 배는 단 한 척
7월 2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은 이라크 바스라산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원유운반선 뉴 자이언트호 단 한 척에 그쳤습니다. 이는 지난 5월 7일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며, 같은 날 해협에 새로 진입한 선박은 추적 결과 한 척도 없었는데요. 이런 극적인 통행량 감소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같은 날 유조선 1척의 폭발과 화재를 공식 발표한 직후에 나타나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란은 해당 선박이 미군의 영향으로 기뢰가 설치된 항로를 통과하려다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고, 나머지 2척은 급히 회항했습니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통과가 사실상 멈춘 상태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 운반은 더욱 심각해서 지난 7월 11일 이후 LNG선 한 척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걸프 해역에는 21척의 LNG 운반선이 머물며 발이 묶인 상태죠.
위험은 선박을 멈추게 한다
물리적인 봉쇄 없이도 해협을 지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 데는 따져볼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13일째 이어지면서 선박 공격 위험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전쟁 위험 보험료가 약 1,900%나 폭등했습니다. 1억 달러 규모 유조선의 경우 단 한 번 항해에 내야 할 보험료가 기존 25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치솟은 겁니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보험료가 유가보다 더 급격히 오른다는 자체가 현장의 위험이 실제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합니다.
당연히 해운사들은 운항을 미루거나 항로를 변경하고 있고, 이란은 미군의 적대 행위가 계속되면 해협의 완전한 봉쇄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미군 중부사령부는 민간 선원과 상선을 위협하는 이란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겠다며 12일 연속 야간 공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에너지 지도의 뇌관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5%를 책임지는 핵심 수로입니다. 지난 상반기 하루 평균 2,090만 배럴의 원유가 이곳을 지나갔는데, 특히 이 물량의 80%가 아시아를 향하기 때문에 물류 차질은 단순한 중동 문제로 머물지 않습니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며 급등하고 있고, 걸프 산유국들의 수출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리적 봉쇄가 아닌 위협과 비용 상승만으로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은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가 던지는 가장 큰 시그널입니다. 실제 해협이 완전히 막히지 않더라도 운송 능력이 축소되면 정유사와 항공사, 제조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이는 결국 연료 가격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