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하락을 미리 알리는 야간 시장
SK하이닉스 주가가 6% 가까이 밀린 날, 사실 시장은 이미 전날 밤부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엑스스톡스, 온도, 비스톡스 등이 발행한 토큰화 주식 3종이 국내 증시가 문 닫은 시간에도 24시간 거래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황과 환율 변동을 즉각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토큰 가격이 6.77%에서 8.16% 사이로 하락한 뒤, 다음 날 국내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5.64% 밀리며 마감했는데요. 타이거리서치 분석 결과, 장 마감 후 무기한선물 가격이 상승했을 때 본주가가 상승 출발한 비율은 95%, 하락했을 때는 78%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토큰화 상품은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글로벌 정보를 빠르게 반영하는 야간 선행시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단 한 주의 이상 거래가 800억 원 청산을 불렀다
그러나 이런 24시간 거래 인프라가 시스템적 허술함을 동시에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28일 오전,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SK하이닉스 주식 단 한 주가 직전 거래일보다 29.99% 낮은 127만 2,000원에 체결되었습니다. 거래량은 1주에 불과했지만, 이 가격이 그대로 오라클의 기초 데이터로 반영되면서 온체인 무기한선물 가격이 급락했고, 결국 약 800억 원 규모의 롱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었습니다. 트레이드XYZ의 변동폭 제한 장치와 하이퍼리퀴드의 HIP-3 설계가 가격 급락 속도를 늦췄지만, 가격 갱신이 반복되며 낙폭이 누적되면서 투자자들은 대응할 틈도 없이 포지션을 잃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박성제 연구원은 체결가의 '가격 유효성'과 참조가격으로서의 '가격 대표성'은 별개 개념이라며, 오라클이 거래량과 호가 깊이를 걸러내지 못한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에 넥스트레이드는 단일가매매 전환 장치를 도입했고, 최소 체결 수량 기준이나 복수 시장 가격의 중앙값 활용 등 근본적인 개선책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24시간 거래가 바꾸는 브로커리지 경쟁
토큰화 상품의 거래 규모는 이미 거대한 수준입니다. SK하이닉스 연계 토큰 3종의 24시간 거래량은 약 23조 7,800억 원에 달했고, 단일 품목 기준으로도 101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크라켄의 엑스스톡스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자들은 한국 상장주식 토큰화 대상을 계속 늘리고 있는데요. 반면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STO) 하위법규 개정안과 가이드라인 발표가 늦어지면서, 국내 기업 주식의 토큰화 거래 혜택을 글로벌 플랫폼들이 가져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표 기업의 익스포저가 글로벌 플랫폼에서 더 긴 거래 시간과 낮은 비용으로 유통되면서, 브로커리지 경쟁이 단순 수수료 싸움에서 24시간 거래 및 글로벌 유통 연결 경쟁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선행지표로서의 가치는 입증됐지만, 1주 청산 같은 사고는 24시간 글로벌 거래 시대가 안고 있는 숙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