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마주한 공사 기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이 공사 기간을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대폭 연장하고 연내 재입찰에 나섭니다. 현대건설이 공사 참여를 최종 포기한 가운데, 대우건설이 새로운 주관사로 유력하게 떠오르면서 사업의 향방에 촉각이 세워졌습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건설사들이 제기한 기술적 난이도를 인정한 것으로, 지난 7개월간의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한 선택으로 읽힙니다.
국토교통부는 11월 21일 공사 기간을 22개월 연장한 새로운 입찰 조건을 발표했습니다. 공사비도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10조 5,300억원에서 10조 7,175억원으로 조정됐는데요. 이로써 개항 목표 시기는 2029년에서 2035년으로 6년이나 늦춰지게 되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연약 지반 안정화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술적 난관과 건설사의 선택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해저에 깔린 두께 50~60m의 연약 지반입니다. 이 지반을 안정화하지 않으면 육지와 바다 위 활주로 사이 부등 침하가 발생해 항공기 이착륙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이 작업만 66개월이 필요하다며 기존 계획보다 17개월이 더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죠.
현대건설의 불참 결정은 공사 기간 연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지난해부터 네 차례나 입찰이 유찰되던 중, 정부는 수의계약으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공사 기간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현대건설이 요구한 108개월과 정부가 제시한 84개월 사이에는 무려 2년의 차이가 있었던 겁니다. 결국 현대건설은 "공사액 증액이 미미해 위험 부담을 감수할 유인이 부족하다"며 완전히 손을 뗐습니다.
정치적 갈등과 지역의 반발
부산시는 정부의 공사 기간 연장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과학적 근거 없이 건설업계 입장만 반영한 자기모순적인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는데요. 시당 측은 "개항을 1년 앞당기면 지역 발전을 10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며 조속한 착공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공사 기간은 처음 10년에서 5년, 7년, 9년으로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며 극적인 변동을 겪었습니다. 2016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당시 프랑스 전문 기업이 가덕도 후보지에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낙제점을 줬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사업의 경제성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지역민 54%가 '가덕도 특별법'을 '잘못된 일'이라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는 사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주인공과 향후 과제
현재 대우건설이 새로운 컨소시엄의 주관사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다른 건설사들과 협의해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죠. 롯데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이번 재입찰의 성패는 기술적 현실과 경제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국토부는 다음 달 중 입찰 공고를 내고 내년 하반기에는 우선 시공분 착공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연약 지반 안정화라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면서도, 지역의 개발 열망과 건설사의 수익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단순한 건설 프로젝트를 넘어 우리나라 인프라 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