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리자 유가 전쟁 전으로...국내 주유소는 왜 여전히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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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달 전 수정 · 2026년 6월 26일 오전 10:18

발행: 2026년 6월 25일 오전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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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종료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국제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여전히 2000원대에 머물러 있어 하방 경직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유·석화 업계는 역래깅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으며, 유가 하락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자 유가는 전쟁 전으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끝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렸습니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는 불과 넉 달 만에 전쟁 발발 이전 수준으로 급락했는데요. 브렌트유는 배럴당 73달러 선까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70달러를 밑돌며 각각 2월 2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케이플러 분석에 따르면 해협이 열린 뒤 최소 20척의 유조선이 빠져나왔고, 이들이 실은 원유는 약 3500만 배럴에 달합니다. 공급이 급격히 늘면서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을 의미하는 콘탱고 구조로 전환되었습니다. 유가가 이처럼 빠르게 안정된 건 예상보다 공급 회복 속도가 빨랐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국의 전략비축유를 포함한 전체 원유 재고가 1984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점, 그리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통행료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추가 하락 폭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주유소는 왜 여전히 2000원인가

국제 유가는 떨어졌는데,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여전히 리터당 2000원대를 맴돌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3월 이후 석 달째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어서인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 억제를 위해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휘발유 1700원대 후반, 경유 1600원대 중반까지 상한선을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여전히 높고, 위험 가중치까지 더해져 실제 도입 가격이 낮지 않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누르는 사이 정유사들은 고가에 수입한 원유를 손해 보고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원가와 판매 가격의 시차가 2~3주나 되는데, 이 구조적 문제 때문에 시장의 가격 조절 기능이 마비되고 하방 경직성만 심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가 약속한 손실 보전은 세금이나 금융 인센티브라는 우회적 비용으로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유·석화업계, 역래깅과 구조조정의 한숨

유가 급락이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에도 큰 숙제를 남겼습니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는 속도보다 제품 가격이 더 빠르게 하락하는 역래깅 현상으로 정유사들의 재고 평가 손실이 커지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쪽은 더 심각한데, NCC 시설을 중심으로 한 적자가 누적되며 업계가 가동 중단이나 사업 전환 같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2028년까지 연간 1900만 톤 순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범용 제품 공급 과잉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요 회복도 어려운 상황이라 롯데케미칼 등 주요 업체들은 2028년까지 업황이 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월가에서는 유가 하락이 물가를 잡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오히려 소비를 자극해 경제를 과열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가 안정이 반드시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야 할 때입니다. 연준의 긴축 기조와 맞물려 금값까지 동반 하락하는 등 에너지 시장의 판세는 여전히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