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협상장에 번진 불안감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의 추가 철수 계획을 사실상 유보하면서, 미국이 중재하고 있는 양측의 평화 협상이 다시금 삐걱대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7차 협상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는데요. 이스라엘이 시범 구역의 안정적 통제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철군을 확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는 지난 6월에 도출된 기본 합의 이후에도 양측의 신뢰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방증입니다.
사실 이번 갈등은 갑작스러운 상황은 아닙니다. 양측은 지난 6월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그리고 레바논 정부군의 해당 지역 배치라는 내용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레바논군이 남부 마을을 중심으로 한 시범 구역에 진주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지역으로의 확대를 준비해 왔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은 이러한 움직임이 아직은 평가하기에 이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범 구역을 둘러싼 온도 차
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협상장과 꽤 달랐습니다. 레바논 측은 합의 이행 범위를 신속히 새 지역으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시범 운영이 시작된 지 겨우 2주 남짓이라며, 먼저 지정된 2개 구역에서 레바논군이 실효적으로 통제권을 장악했는지부터 명확히 가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국경 인접 지역에서의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중재국인 미국은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신뢰 구축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레바논으로서는 주권 확립과 영토 회복이 시급한 과제이고, 이스라엘은 군사적 안정성을 최우선에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충하는 목표가 시범 구역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부딪히고 있는 셈입니다.
교착 상태를 깨지 못하는 악순환
더 큰 문제는 헤즈볼라가 직접적인 협상 테이블에도, 무장 해제 작업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직접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으며, 지난 6월 합의의 핵심 조건 중 하나인 무장 해제는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헤즈볼라의 불참은 레바논 정부의 통제력에 대한 의문을 낳으면서 협상 전체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역시 소극적입니다. 최근 자국 병사 2명이 사망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 남부를 공습하며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헤즈볼라의 협상 불참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미국이 제시한 단계적 평화 로드맵은 점점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협상이 실질적인 타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범 구역에서의 상호 신뢰 형성과 함께 헤즈볼라의 실질적 무장 해제 진전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