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역사를 다시 쓰는 상장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이번 주 글로벌 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베이크오프 미팅을 진행했는데요.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4조원에 달합니다.
조달 규모는 약 150억 달러, 20조원 안팎으로 예상됩니다. 2023년 상장한 Arm홀딩스의 540억 달러, 세레브라스의 564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사상 최대 규모 IPO가 될 전망입니다.
인텔 사업부에서 출발한 회사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와 SSD 사업부를 9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출발했습니다. 2021년 미국 법인으로 설립됐고, 올해 초에는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세운 투자 자회사 AI 컴퍼니 산하로 편입됐습니다. 본사는 캘리포니아 랜초 코르도바에 있습니다.
주력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에 쓰이는 기업용 SSD입니다. 60TB, 122TB, 244TB 등 QLC 기반 초고용량 제품을 앞세워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용량 저장 수요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트렌드포스 집계 기준 SK그룹의 지난해 4분기 글로벌 기업용 SSD 점유율은 30.2%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입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기업용 SSD가 낸드 시장의 최대 응용처로 떠오른 흐름과 맞물려 있습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이유
상장이 성사되면 SK하이닉스로서는 인텔 사업부 인수 이후 키워온 스토리지 사업의 가치를 독자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됩니다. 조달 자금을 활용해 미국 뉴욕주 일대에 낸드플래시 생산 거점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요. 공급망을 현지화하고 생산 능력을 키우는 데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반대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상장 가능성이 불거진 뒤 SK하이닉스 ADR 주가는 4거래일 연속 밀렸는데,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겁니다.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 지분 20.5%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지분 희석과 중복상장 할인 논란도 변수로 꼽힙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구체적 계획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상장 시점과 공모 규모 역시 시장 여건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주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관련 주가 향방을 가를 변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