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무너진 반도체 대형주
2026년 10월 15일 국내 증시가 반도체 대형주 급락으로 휘청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장중 21만원대까지 밀리며 10% 넘게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125만원선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코스피는 5,600선으로 후퇴했고, 오전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정오를 전후해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거래가 멈췄습니다. 양대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울린 건 7월 29일 이후 51거래일 만입니다.
촉매는 복합적이었습니다.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을 웃돌며 금리 인상 우려가 커졌고, CXMT의 성장세와 AI 인프라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도 겹쳤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4.3% 하락했습니다.
"삼전 7만원, 하닉 20만원" 논란
이번 급락의 도화선으로 지목되는 건 지난 8일 방영된 SBS Biz '머니쇼' 영상입니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이 방송에서 삼성전자 적정 주가를 7만원, SK하이닉스를 20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이미 지났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의 핵심 논리는 실적이 '가격 거품'이라는 겁니다.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급을 더 줄여 인위적 부족을 만들었다는 지적입니다. 환율 효과를 걷어내면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70%대에서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반면 마이크론은 감산을 멈추고도 환율 효과 없이 80%대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3분기 영업이익 107조원이라는 역대급 실적 직후 나온 전망이라, 방영 당시에는 당혹감 섞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종이호랑이인가, 실질 위협인가
CXMT를 둘러싼 평가는 갈립니다. CXMT는 4F² D램 셀 구조를 연내 DDR5 서버용 메모리에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셀 면적을 33% 줄이는 기술로, 실현되면 삼성과 SK하이닉스를 앞선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업계 시각은 신중합니다. 4F²에는 EUV 노광장비가 필수인데, 미국 수출 규제로 중국은 장비 확보가 어렵습니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양산 시점 기준으로 기술 격차가 5~7년이라며 시장 우려가 과도하다고 진단했습니다. 4F²는 아직 상업적 수요가 형성되지 않았고, 삼성은 2023년 이미 관련 기술을 발표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DDR5 현물가격은 오히려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CXMT가 연내 제품을 내놓는다면 선점 효과를 가져갈 수 있어, 국내 기업의 선단 공정 개발 속도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