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종결 넘어 기록 삭제까지... 제주 실종 사건의 민낯
제주 한림읍 야자수농장에서 30대 여성 장모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제주 경찰을 넘어 전국적인 치안 불신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장씨는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담당 부 경장이 허위로 사건을 종결 처리해 104일이나 행방불명 상태로 남아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단순 실수가 아닌, 치밀한 기록 조작과 삭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조직적 은폐인가, 업무 태만인가
드러난 수법은 상황에 따라 교묘하게 달라졌습니다. 부 경장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교통사고 사망' 코드를 입력한 뒤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고, 다른 사건에서는 동료가 이미 알고 있다는 이유로 '소재 발견'으로 허위 입력한 채 기록을 남겨두기도 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조사 초기 '성인이라 안일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했던 부 경장이, 사실 3년 7개월간 298건의 기록을 삭제했고 이 중 15세 청소년이나 63세 치매 노인 등 보호 대상자 관련 기록이 141건이나 포함됐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한 업무 태만을 넘어 실종자 수색이라는 경찰의 핵심 임무를 방기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책임 공방과 제도적 사각지대
사건이 커지면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유가족 측은 국가와 해당 경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며, 지휘부의 은폐 시도 여부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승진 내정에도 불구하고 치안감 계급으로 좌천 이동했는데, 이를 두고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경찰의 실종 사건 처리가 실수라는 건 오해라며, 수색과 수사는 국가경찰의 몫이라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반면 일각에서는 사체 상태만으로 사인을 불명 처리한 점을 지적하며 다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성인 실종자의 92.7%가 '가출인'으로 분류돼 실종경보 발령 같은 법적 근거가 부족한 제도적 미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신고 후 1시간 이내에 발견되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사가 늦어지는 건 명백한 사각지대입니다.
관광의 섬을 위한 안전 대책은
제주도는 치안 불안이 관광 산업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 대책에 나섰습니다. 나홀로 여행객 안전 서비스 확대와 올레길·오름 순찰 강화, 야간 보행환경 개선 등 생활밀착형 안전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경찰 내부의 실종자 관리 체계와 성인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 부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있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뒤에 숨은 치안 허술이라는 그림자를 걷어내려면, 제도 개선과 함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실질적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