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과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2026년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 AI, 데이터 플랫폼 등 디지털 전환의 핵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164명의 유공자에게 정부 포상이 수여됐는데요. 특히 이번 수상자 명단에는 국가 경쟁력의 초석을 다지는 기술 리더들의 면면이 두드러졌습니다. 단순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이 AI와 첨단 제조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어떤 인력과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행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기술 고도화의 선구자들
이번 수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단연 반도체입니다. 과학기술훈장 도약장을 수훈한 SK하이닉스의 정우표 부사장은 33년간 D램과 낸드플래시 개발을 주도해 온 인물입니다. 그는 세계 최초 512Mb 모바일 D램 개발부터, 최근 현존 최고층인 321단 9세대 1Tb TLC 낸드 개발까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첨단을 연속적으로 돌파하며 한국의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의 업적은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설계 효율성을 혁신하여 차세대 제품 출시 주기를 단축한 프로세스 혁신까지 포함됩니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라는 또 다른 첨단 분야에서도 주목받은 인물이 있습니다. 사피엔반도체의 이명희 대표는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는데요. 그의 회사는 마이크로 LED의 화질과 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 실적을 올리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권 경쟁에서 한국의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AR 스마트 글래스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AI 인프라와 데이터의 새로운 지평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와 데이터 플랫폼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성과가 조명받았습니다. 하이퍼엑셀의 김주영 대표는 정보통신 유공 포장을 수상했는데요. 그는 GPU 중심 AI 인프라의 한계를 지적하며, LLM 추론에 특화된 독자 아키텍처 AI 반도체 ‘LPU’를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기존 대비 전력 효율을 약 3배, 비용 효율을 10배 이상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며, 고비용 장벽에 직면한 AI 보급화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합니다.
데이터 분야에서는 미소정보기술의 안동욱 의장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20여 년간 데이터 및 AI 기반 ICT 기술로 산업 디지털 혁신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것인데요. 그의 회사는 ‘SmartBIG’과 ‘ACTIC’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수집부터 AI 모델 적용까지의 전 과정을 통합 제공하며, 제조, 의료 등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하는 것을 넘어,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정책 설계와 인재 양성의 뒷받침
기술 개발과 함께 정책 기획과 인재 양성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됐습니다. 국가AI전략위원회 보안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태 위원장은 ‘홍조 근정훈장’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AI 시대의 선제적 ICT 규범 정립과 보안 정책 수준 제고에 기여한 전문가입니다. 정보보호 분야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AI 기술에 따른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는 정책적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호서대 박승범 교수 또한 과학기술포장을 수상하며 지역 산학협력과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는 국가 정보통신 정책 자문과 더불어, 충청권에서 지역지능화혁신인재양성사업 등을 수행하며 지역 기반의 기술 인재 풀을 확대하는 데 힘써왔습니다. 그는 산업 빅데이터와 피지컬 AI 기술이 AI·ICT 서비스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술 발전과 인재 교육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번 과학·정보통신의 날 수상은 개별 기술자의 업적을 넘어, 한국이 AI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떤 전략적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와 같습니다. 반도체의 물리적 한계 돌파, AI 전용 하드웨어의 혁신, 데이터의 가치 창출, 그리고 이를 지탱할 정책과 인재. 이 네 개의 축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