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종료 후에도 쏟아진 72건의 수정 요청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투표 당일 전국적으로 총 72건의 투표자 수 수정 요청이 접수된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특히 투표가 종료된 오후 6시 이후에 전체의 절반 이상인 39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국 255개 시군구 선관위 중 무려 56곳, 약 20%에 달하는 곳에서 숫자가 뒤바뀌어야 했습니다. 인천 검단구에서는 오후 4시 기준 투표자 수가 5만 4,665명에서 10분 뒤 6만 1,276명으로 6,611명이나 늘었고, 충북 청주 상당구에서는 4,248명, 경남 사천에서는 3,997명의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충남 천안 서북구에서는 아침 8시 기준 수치를 1만 3,145명에서 6,000명으로 줄였다가 다시 1만 3,146명으로 고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단순 실수'라는 선관위, '숫자 맞추기'라는 의혹
선관위 측은 이러한 오류가 전국 1만 4,288곳의 투표소에서 유선으로 보고된 내용을 수작업으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선관위 직원들이 입력 실수를 감추기 위해 투표율을 허위로 조정한 이른바 '숫자 맞추기' 정황을 포착했다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 군포시의 경우 수정 요청 이후 승인까지 12시간이나 지연된 사례도 있었고, 전남 해남군에서는 공정선거지원단 관계자가, 서울 성북구에서는 개표 사무원이 아닌 외부 인력에 의해 오류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정황들이 더해지면서 선관위 내부 관리 체계에 대한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치권의 반응도 뜨겁습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가장 기초적인 투표율조차 주먹구구식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성역 없는 특검 조사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전체 투표자 수나 후보자별 득표수를 조작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을 빌미로 부정선거론을 부추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과거 의혹도 '각하'된 채로...제도 개혁 필요성 커져
이번 논란은 2024년 22대 총선 때 제기된 의혹들이 선관위에 의해 제대로 된 조사 없이 각하 및 기각되었던 사실이 함께 알려지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에 접수된 국민감사청구 두 건 모두 서면 심사만 거쳐 7인 전원 의결로 기각되었는데, 당시 심사를 주도했던 허철훈 전 사무총장은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태입니다.
이처럼 선관위가 스스로 의혹을 해소하기보다는 감싸기식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선관위원장 상임화나 내부 감사위 독립화 같은 제도적 개혁의 필요성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중앙선관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어가며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송파구 선관위 직원 2명도 투표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선거의 공정성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인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리 체계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