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H200 수출 허용과 규제 검토 사이의 AI 반도체 각축전

마K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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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0일 오전 10:18

발행: 2025년 12월 9일 오전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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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이 엔비디아 H200 AI 칩의 대중 수출을 허용했지만, 중국은 자국 기업의 구매를 제한하는 규제를 검토 중인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는 미중 AI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며, 미국은 기술 의존을 유지하려 하고 중국은 자립을 추구하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 HBM 업체에는 단기 호재이지만, 생산량 제약과 수익성 압박, 장기적 기술 격차 확대 우려 등 변수도 함께 도사리고 있습니다.

정책의 역설과 기술 경쟁의 새 국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200에 대한 중국 수출을 허용하겠다고 공식 통보했습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이후 지속되어온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의 급격한 전환을 의미하는데요. 흥미롭게도, 이 결정과 맞물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H200 구매를 제한하는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빗장을 풀었지만, 중국은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려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같은 역설적인 상황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새로운,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줍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중국 시장에 대한 엔비디아의 접근을 재개함으로써 미국 기업의 매출을 늘리겠다는 경제적 계산과 함께, 중국의 기술 자립을 늦추고 미국 기술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자체 개발을 촉진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온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허용 조건으로 H200 중국 매출의 2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도록 한 것은 일종의 '수출세'를 통해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중국의 이중 전략: 구매는 하되, 의존은 줄인다

미국의 수출 허용에 대해 중국의 반응은 신중합니다. 외교적으로는 협력을 통한 상호 이익을 강조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공공 부문의 H200 구매를 금지하고 민간 기업이 구매 시 국산 대안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등 사용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 자립을 추구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성능이 제한된 엔비디아 H20 칩에 대해서도 중국은 자국산 칩보다 월등히 뛰어나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을 장려해왔습니다. 중국의 최우선 목표는 분명합니다.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하고, 화웨이의 '어센드' 칩과 같은 국산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죠.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성능과 편의성 때문에 엔비디아 칩을 선호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압력 아래에서 선택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안보 논란과 공급망의 복잡한 여정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 내에서도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로 구성된 초당적 그룹은 H200을 포함한 첨단 칩의 중국 수출을 30개월간 차단하는 'SAFE법'을 발의했습니다. 주요 논거는 안보 위험인데요, H200과 같은 고성능 AI 칩이 중국 군사력 발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H200은 대만 TSMC에서 생산된 후 미국을 거쳐 안보 심사를 받고 중국으로 수출되는 복잡한 공급망 경로를 택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는 칩의 최종 사용처를 감시하고,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부를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합니다.

한편, 미국이 수출을 허용한 데에는 화웨이의 기술 발전도 한몫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화웨이가 이미 H200과 유사한 성능의 자체 AI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수출을 막아도 기술 격차 유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히려 수출을 통해 중국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작용한 겁니다.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자립을 촉진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업계의 오래된 지적이 현실이 된 셈이죠.

한국 반도체 업계의 기회와 도전

이번 소식으로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받는 곳은 한국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산업입니다. H200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HBM3E가 탑재되어 있어, 중국 수요 증가가 이들 기업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HBM3E 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어 단기적인 수혜가 유력합니다. 그러나 낙관만 하기엔 변수가 많습니다. 두 기업 모두 내년 물량이 대부분 선판매된 상태라 신규 물량을 단기간에 대규모로 확보하기 어렵고,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에 내는 25%의 '수출세' 부담을 HBM 단가에 전가할 경우 수익성은 압박받을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우려는 장기적인 AI 패권 경쟁 구도에 있습니다. 국내 AI 업계에서는 H200 수출 허용이 중국 AI 기업들의 모델 개발 속도를 가속화해 기술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결국, H200 수출 재개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는 호재이지만, 미국과 중국만의 치열한 AI 기술 리그가 더욱 격화되면서 중간에서의 포지셔닝이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한국은 HBM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가지고 있지만, 차세대 HBM4와 첨단 패키징 기술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미국의 허용과 중국의 규제 검토라는 상반된 움직임은 단순한 무역 정책의 변화를 넘어,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의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양국은 경제적 실리와 안보, 기술 주권 사이에서 복잡한 줄다리기를 계속할 것이며, 그 파장은 전 세계 산업계로 확산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