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인 채 맞아 숨진 환자…병원장과 보호사 유죄
2023년 11월 인천 계양구의 한 정신병원에서 사지가 결박된 환자가 다른 환자의 폭행으로 숨진 사건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인천지법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과 보호사에게 각각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요. 재판부는 적절한 분리 수용과 상시 관찰, 대응 교육이 이루어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이 사건은 병원 측의 관리 부실이 곳곳에서 드러난 비극입니다. 가해 환자는 입원 전에도 행인을 폭행하고 순찰차를 파손한 전력이 있었고, 입원 후에도 의료진에게 폭력을 가하는 등 위험성이 매우 높은 인물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환자는 다른 환자들과 분리하거나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필요했는데, 병원은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폭력 전력 환자와 묶인 환자가 같은 병실에
병원장은 해당 환자를 인지 및 표현 능력이 현저히 낮은 환자들이 모인 병실로 옮겼습니다. 문제는 이 병실 환자들은 섬망으로 인한 배회를 막기 위해 야간에 사지가 묶인 상태였다는 겁니다. 말 그대로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취약한 환자들 사이에 폭력 성향이 강한 환자를 배치한 셈인데요. 이로 인해 피해 환자는 복부를 여러 차례 맞아 장 파열과 복강 내 출혈을 겪었고,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병원 측의 부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해당 병동에는 보호사 한 명만 배치되었고, 병실 내 CCTV조차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폭력 상황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 지침이나 교육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보호사는 폭행과 비명을 직접 목격하고도 병실 안으로 들어가 제지하지 않았고, 의료진에게 즉각 알리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보호사는 "그만하고 자자"고 말했을 뿐이었죠.
집행유예 선고 뒤에 남는 안전 관리 공백
법원은 병원장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보호사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죄책이 가볍지 않고 유족의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병원 재단이 유족에게 1억 원을 변제공탁했고, 두 피고인에게 중한 전과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로 마무리했습니다.
반대로 이번 판결은 정신병원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취약한 환자를 누가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남깁니다.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과연 병원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를 바꿀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신병원에서 환자 간 폭행은 한두 번의 일이 아닌데, 사건 이후에도 비슷한 구조의 병원들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과 감독 강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