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평화와 정책의 그늘
인천 송도 센터럴파크에서는 포근한 봄날씨 속에 어린이들이 산책로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푸르른 녹음과 함께 펼쳐진 이 평화로운 풍경은 오히려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 정책 현장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 서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26조 2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촉구했습니다. 국정의 현안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논의되는 가운데, 최근 시행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직영점 호황과 대리점 위기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한 이후 3월 들어 뚜렷한 양상차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리점을 통해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주유소의 일평균 휘발유 판매량은 2월 대비 17.6%나 감소한 1만 3945㎘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대리점들이 가격 제한으로 마진이 크게 줄자 공급량을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정유사 직영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량은 66.9% 급증한 4646㎘로 집계됐습니다. 소비자들이 직영점의 낮아진 가격에 끌리면서 수요가 쏠린 결과, 동일한 정책이 시장 내 편가르기를 초래한 셈입니다.
이 같은 역설은 단순한 통계를 넘어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석유 공급이 끊기면서 공동 구매를 통해 운영하던 주유소 200여 곳이 신용보증기금 대출 상환에 난관을 겪고 있습니다. 석유 부족으로 사업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자,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지방 소규모 주유소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교훈과 향후 관전 포인트
업계에서는 정유사가 정부의 가격 규제 기조에 발맞춰 직영점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대리점 경로는 소홀히 하는倾向이 강해졌다고 분석합니다. 김문식 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유소 200여 곳이 석유제품 공동 구매 현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운영 중인데, 공급 차단으로 상환 길이 막혔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잘못 설계된 규제가 시장의 자율적 공급망을 왜곡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안 촉구는 중동 지역 불안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에서 이처럼 정책의 파급 효과를 세심히 검토해야 한다는 교훈도 함께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사한 경제 정책을 수립할 때는 시장 참여자 전반의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