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기업대출 경쟁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 속에서 은행들의 기업대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4대 시중은행의 3분기 기업대출 총액은 733조826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약 2% 증가했는데요. 특히 하나은행이 6.60%의 높은 성장률로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하나은행의 약진은 특히 눈에 띕니다. 지난해 하반기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속도를 조절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 들어 중견·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쳤습니다. 대기업 대출 부문에서도 9.48%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다른 은행들을 크게 앞섰죠. KB국민은행은 5.74% 증가로 뒤를 이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아직도 '찬밥' 신세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고는 있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신한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3.5%, 하나은행은 3.3%에 그쳤는데요. 유일하게 KB국민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4.3%)이 대기업(3.8%)을 앞선 것은 고무적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중소기업 대출 확대는 더딘 편입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0.53%로 대기업(0.05%)보다 10배 이상 높기 때문이죠. 또한 대기업 대출에 비해 부수 거래 수수료가 적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우리은행은 오히려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고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까지 했습니다.
자본 관리와 정책의 줄다리기
은행들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에 발맞추면서도 자본비율 관리에는 여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의 경우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을 0.7%로 억제하며 가장 효율적인 관리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고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본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정부도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는 상향 조정하는 대신, 기업 주식이나 정책 목적 펀드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낮추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결국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주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4분기 전망과 향후 과제
은행들은 4분기에도 기업대출 확대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특히 연체 우려가 적은 대기업이나 우량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영업을 펼치며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은행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이 다른 은행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점은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9월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3%로 전년 동기 대비 0.10%포인트 상승했는데요.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확대하면서도 건전성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은행들의 실질적인 대출 행보 사이에는 여전히 간격이 존재합니다.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명분 아래에서도, 은행들은 여전히 자본 효율과 수익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은행들이 중소기업 지원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확대할지, 아니면 대기업 중심의 대출 구조를 유지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